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하는 가운데 프로야구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롯데 자이언츠도 지난 1일부터 대만 가오슝에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자유계약선수(FA) 수혈로 올해 거인의 라인업 경쟁은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타선에서는 ‘국가대표 외야 3인방’를 테이블 세터에 배치해도 될 것 같다. 민병헌·손아섭·전준우는 정교함과 빠른 발을 갖췄다. 손아섭이 왼손 타자여서 좌우 균형도 맞췄다. 김문호 나경민 박헌도 이병규까지 활용하면 외야 수비나 타선 모두 괜찮은 편이다.

이대호와 채태인은 번갈아 가며 1루와 지명타자로 출전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강한 수비와 의외의 장타력까지 선보인 앤디 번즈는 2루수 겸 6번 타자가 어울린다.

공수의 관건은 하위 타선이다. 하위 타선이 약하면 상대 투수가 쉬어가는 이닝이 만들어진다. 제2의 1루수·지명타자를 해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대호와 채태인이 전 경기를 뛸 수는 없는 만큼 외야수 중 한 명을 지명타자로 돌려 쓰면 타순이 하나씩 밀려 하위타선의 무게감도 커진다.

올해 조원우 감독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포수 포지션이다.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이적한 나원탁과 나종덕·강동관이 안방마님 후보군이다. 모두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시즌 초반 실수가 있어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주는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 하위 타선에서 수비만 제 몫을 해줘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대교체 역시 안방마님 자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내야 왼쪽 라인이다. 베테랑과 외국인 선수가 꿰찬 1·2루와 비교해 유격수와 3루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지난 시즌처럼 유격수는 문규현이 맡고 3루는 플래툰 시스템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3루수 후보로 거론되는 황진수 신본기 김동한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기록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다.

또 한 명의 3루수 후보는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한동희다. 그는 청소년 야구 대표팀 시절부터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아직 변화구 대처 능력이 미흡하지만 선배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잠재력이 폭발할 거라고 본다.

투수진은 지난 시즌 ‘진격의 거인’ 모드를 이끌었을 때처럼 강력하다. 개막이 이른 만큼 어느 팀은 6선발 체제를 가동한다고 들었다. 롯데는 5선발을 유지하는 게 낫겠다. 브룩스 레일리-펠릭스 듀브론트와 박세웅·송승준·김원중이 그대로 뛸 수 있다. 기대를 모으는 윤성빈에게도 가끔 기회가 갈 것이다. 윤성빈은 빠른 구속과 체격이 장점이지만 오랜 재활 탓에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 초반에는 윤성빈을 롱릴리프로 활용하다가 시즌 중·후반에 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박빙의 상황에서 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불펜진은 박진형이 건재하다. 다시 선발로 쓰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검증된 불펜에서 뛰는 게 맞다. 제대하고 첫 시즌을 맞는 구승민과 kt 출신 듀오 장시환-조무근에 2차 드래프트로 뽑은 고효준·오현택까지 활약하면 롯데의 불펜은 상당히 강력해질 것이다. 철벽 마무리 손승락은 올해도 믿고 기용하면 제 몫을 해낼 것이다.

어느 팀이든 마찬가지지만 분명히 올해도 새롭게 빛을 보는 선수들이 나온다. 주머니 속 송곳처럼 튀는 선수가 나오면 감독 입장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경쟁을 통해 성장한 거인의 젊은 피가 태극마크를 달고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 병역 혜택을 받기를 기대한다.

KNN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