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 때문에 모든 미디어는 톱뉴스를 평창으로 도배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메가 이벤트에 북한까지 참가해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평창으로 쏠린다.
한편에는 이런 미디어의 동향이 원망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바로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 후보들이다. 현직에 있는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예비후보들은 얼굴을 알리기 위해 벌써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현직 인물들 또한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며 유권자의 눈도장 받기에 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안타까운 몸짓은 국가적 행사인 평창올림픽에 가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재선이든 초선이든 공약에 대한 고민보단 자신을 알리지 못해 초조하고, 올림픽 이후 자신을 대중에게 알릴 방법을 찾아 전전긍긍하며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도 지방선거의 승패는 공약보단 인지도가 우선이라는 선거판의 속설을 후보들이 믿기 때문인 듯하다.
그나마 지방선거의 꽃인 지방자치단체장, 곧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광역시 행정의 수장인 부산시장을 뽑는 선거는 예외이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끄는 부산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해운대을)까지 동시에 진행돼, 여야의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정작 부산시장 후보로 누가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거를 4개월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도 오리무중이다. 여야 모두 유력한 후보는 고사하고 공천방식에 대한 정확한 입장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깃발(공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대한민국 지방선거의 공식이 이번 선거만큼은 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500만의 뜨거운 촛불 혁명을 통해 시민이 이뤄낸 정권교체가 지방선거로 이어질지, 부산이 그 실험장이 될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산 정가는 그 관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든다. 부산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가, 선거를 고작 13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급하게 결심하고 나서도 될 만큼 가벼운 자리인가. 350만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되는 것인가에 대해 여야 대표 모두에게 따지고 싶다.
갈수록 높아지는 실업률과 부산을 떠나는 인구 유출 문제는 더 미룰 수 없는 부산의 생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장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거물급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전략공천이 아닌, 진정 부산이 가지고 있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정책적으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정당들의 노력이다. 지방선거를 4개월여 남은 상황에 당협위원장조차 제대로 인선하지 못했던 야당이나,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여당의 지지율로 착각하고 부산의 정권교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당이나 모두 부산시민을 기만하는 듯하다.
얼마 전 국제신문 기자수첩에 실린 ‘부산시장이 만만한가’라는 칼럼은 350만 부산 시민의 답답함을 대변해주는 듯하여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었다. 최근 미디어들을 보면 대부분이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에게만 보도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후보들 역시 어떻게든 언론에 자기 이름 석 자와 얼굴 알리기에만 급급한데, 사실 부산시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최대한 빨리 해결해줄 인물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인물론을 앞세우고 공천 흥행몰이를 통해 당선된 수많은 여야 정치인들은 결국 우리 부산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 특정 인물에게 슈퍼히어로의 역할을 기대한 부산시민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정치에 눈을 감기 시작했다.
필자는 지방선거 보도가 각 지역의 시급한 문제를 어떤 후보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각 정당이 문제를 풀어가기에 적합한 인물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신문은 후보자들의 일방적인 공약 전달 매체가 아닌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후보자들이 응답하게 만들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의 창구가 돼 이번 선거에서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으면 한다.
청년기업가·팹몬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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