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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에 밀린 도로 안전 /박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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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을 잇는 새 고속도로가 생기는데 칭찬은커녕 너무 나무라는 거 아닙니까.”

지난 3일 부산 기장일광요금소에서 만난 한국도로공사 관계자가 기자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경사스러운 개통식을 앞두고 있는데, 국제신문이 과도한 지적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본사에서 왔다던 설계 전문가는 이날 현장을 찾은 서병수 부산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헌승(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에게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하고, 전문가가 협의를 거쳐 만든 도로다. 안전은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 순간 잘못 길을 든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후진을 했다. 그냥 도로가 아닌 고속도로에서 말이다. 아찔한 상황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약 30분간 진행된 현장 보고에서 이런 현상이 너덧 차례 반복됐다. 큰소리쳤던 전문가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더 황당했던 상황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왜 이렇게 설계됐는지를 질책하는 이 의원의 호통에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곳에 나들목을 만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있던 기장일광요금소를 활용하다 보니 다소 교차 구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금정나들목도 마찬가지였다. 통행량이 적어 입체교차로를 만들면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귀를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과연 도로공사가 공기업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도로 가운데 차량 속도가 가장 빠른 게 고속도로다. 아차 하는 순간 대형 사고가 터진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설계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우 안전은 설계 과정에서부터 돈과 편리성에 밀렸다. 그것도 도로 전문가인 도로공사가 만든 고속도로에서 말이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역시 돈과 편리성에 안전이 밀려 발생했다. 세월호에 화물을 조금이라도 더 싣기 위한 욕심은 304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불이 난 제천의 한 목욕탕의 비상구는 물품함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무조건 법을 앞세우다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최근 참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가 4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밀양 세종병원의 사태를 보지 않았나.

안전이 화두인 시대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은 시대적 요구로 자리 잡았다. 최근 제천과 밀양에서 발생한 잇단 화재 참사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더욱 커졌다. 도로공사는 법과 전문성을 논하기 전에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경제성과 편리성은 그다음이다.

사회1부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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