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이마을에서 일한 지 1년8개월이 지났다. 2016년 6월 마을에 들어와 내가 담당한 일은 홍보.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을 밖으로뿐만 아니라 마을 안으로도 꾸준히 알려 더 많은 사람이 알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마을에서 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마을이 극적으로 달라지길 기대했다. “이제 깡깡이마을은 틀렸어”라고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길 바랐다. 1년8개월이 지난 지금, 극적일 만큼은 아니지만 마을에는 작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활기’라는 것이 피어올라 마을의 공기를 조금씩 바꾸고 있고, “그게 되겠어?”라던 분들에게서 “뭔가 되겠는데?”라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온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문득문득 나를 괴롭힌 질문이 있었다. “이 마을에서 도시재생 사업이란 걸 하고 있는데 과연 도시재생은 무엇이며, 도시재생이 지속되기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어디에나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개념 하나쯤은 분명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정의와 지향점이 필요했다.
그때마다 머릿속을 맴돈 것이 ‘다시 보다’라는 단어다. 이전에는 다소 부정적이었거나 혹은 아예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다시 보는 것’이다. 도시재생 역사도 그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은 구도심이나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이뤄진 옛 동네 앞에 ‘버려진, 가난한, 방치된, 소외된, 퇴색한, 또는 흉물스러운’이라는 수식어가 붙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그런 곳을 ‘추억의, 정서적인, 휴식의, 또는 역사적인, 보존해야 할 공간’으로 다시 보면서 옛 동네와 마을이 주목받게 된다. 결국 나에게 도시재생은 다시 보기를 통해 지역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그러한 면을 보존하고 문화예술적으로 확장하는 일련의 시도이자 운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시 보게 된 지역에는 특별함이 있었다. 감천은 태극도 사람들이 모여 조성한 마을이었고 아미동에는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었던 비석 마을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소 막사가 있던 곳이 우암동이다. 다시 보기를 통해 이러한 마을의 정체성을 되새기게 되었고 다른 마을과 자신의 마을을 차이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함을 찾는 데서 그치면 더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보기는 도시재생의 불씨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마을에 활력과 변화를 주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같은 마을활동가나 문화기획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역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마을을 다시 보게 하는 것이다. 마을이 너무 익숙한 주민들에게 마을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도, 마을에 대해 잘 몰랐던 외지인들에게 마을을 다시 보게 하는 것도 활동가나 기획자가 할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자신 스스로도 마을을 매 순간 다시 보는 것이다. 나에게 ‘관계 맺기’는 다시 보기의 핵심 방법이다. 책상에 앉아 인터넷이나 논문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는 마을을 다시 볼 수 없다. ‘깡깡이 아지매’ 허재혜 전순남 이복순 여사님의 깡깡이마을, 350ｔ 배를 육지에 올리는 작업을 하는 허창식 도크마스터의 깡깡이마을, 위험한 선박 전기를 자유자재로 만지는 최경섭 김영곤 기술자의 깡깡이마을이 되려면 수십 수백 차례의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 마을과 동네를 끊임없이 다시 보는 것이 도시재생의 기본이자 동력이라고 본다. 마을에 유익한 자원을 더하고 누군가 마을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마을 주민뿐 아니라 행정가, 예술가분들과의 다양한 관계 맺기를 통해 깡깡이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계속 발굴해나갈 것이며, 마을이 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다시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부산 영도구 대평동(남항동) 일원에서 진행 중인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부산시 예술상상마을 공모사업)은 근대 조선산업 발상지인 대평동의 풍부한 해양문화자원과 근대산업유산을 보존·활용하는 문화예술형 도시재생 사업이다. 문화예술인들과 대평동 주민과 공공기관이 협력해 추진 중이며 영도도선복원, 생활환경 개선 공공예술프로젝트, 주민 참여를 위한 문화사랑방 프로젝트 등이 있다. 오는 3월 말 마을 깡깡이 생활문화센터(마을카페 및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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