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는 이런 리바이어던을 시민의 수호자인 국가로 재창조했다. “우리 시민이 평화와 안전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불멸의 신 하나님 아래서 우리를 통치하는 유한한 신, 리바이어던 덕분이다.” 인간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 상태에 처해 있기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가 권력을 통치권자에 위임하는 대신 엄격한 제한을 뒀다. 통치권자가 시민을 보호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갖되, 시민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권력은 언제든 괴물로 변할 수 있어서다. 홉스는 이를 통해 근대 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닦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현실에 구현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굳이 세계 각국의 숱한 독재 사례를 거론할 것도 없이 지난해 탄핵을 받고 권좌에서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국정 농단은 권력 사유화가 낳은 괴물이다. 홉스가 시민 주권 행사의 대리기관으로 순화시킨 리바이어던을 성서 속 괴물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그 괴물을 또다시 목격하게 됐다. 그 괴물은 안하무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이다. 장관이 있는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도 사과는커녕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며 태연히 억누를 정도다. “괴물 잡겠다고 검사가 됐는데, 우리(검찰)가 괴물이더라.” 평소 검찰 개혁에 앞장서온 임은정 검사는 조직의 실상을  이같이 묘사했다.

서 검사는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요원하다”고 했다. 도저히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부패했다는 뜻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힘에 실리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음을 다시금 절감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