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의 영세한 업체가 간고등어, 건어포, 젓갈 등 비슷한 제품을 만들며 덤핑 경쟁을 하고 있어요.”

부산 서구 감천 수산가공선진화단지에 2014년부터 입주해 있는 업체 대표 A 씨가 현재 부산의 수산가공업계 상황을 한마디로 말했다. 그는 “업체 대부분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마케팅 능력 부족, 소비자 수요 파악 부족, 생산 단가 맞추기의 어려움 등으로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해 실패했다”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수산물 시장은 어떨까. OECD-FAO가 발표한 ‘2017-2026 전망보고서’에서는 향후 전 세계 수산물 생산이 해마다 1%, 소비는 1.4%, 교역량은 1.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산물 전체 생산량의 35%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수출되고, 이 중 아시아 국가들이 수산물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산시장 전망은 어떨까.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액(23억3000만 달러)은 김, 굴 등 양식수산물이 선전하며 역대 2위를 기록했지만, 잡는 어업과 내수형 단순 가공 중심인 부산 수산물 시장은 어두운 미래만 보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산시는 사업비 1000억 원 규모로 서구 암남동 혈청소 부지에 수산식품 연구개발, 산학연관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 수출 창업 벤처 등의 역할을 할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 타워(수산식품연구소+클러스터 지원센터)’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부산시는 감천 국제수산물도매시장·수산가공선진화단지 건립, 신평장림 수산식품특화단지, 자갈치 명소화 사업,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등 수산산업의 하드웨어 구축에 중점을 뒀다. 이제부터 하드웨어들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 타워를 지어야 할 때다.

오는 4월께로 예상되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부산시는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부와 설립 타당성 논리를 만들고 협의하고 있다. 수산식품 클러스터 구축이 단지 부산 수산업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 수산식품산업 발전을 선도한다는 계획에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부산과 각 지역에서 잡힌 생선들이 가공을 거쳐 고부가가치 상품이 돼 수출과 소비가 증가하고 생산자, 가공업자, 유통업자 모두 선순환 고리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를 위해 그간 해왔던 지역 수산업계의 여러 노력이 헛되지 않게 대통령 공약 사항인 ‘수산식품 클러스터 헤드 타워’ 건립에 기획재정부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