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를 달리는 버스에는 ‘에너지를 아껴 쓰는 당신이 원전하나 줄이는 발전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지하철에도 ‘햇빛도시 서울’ 광고를 마주하게 된다. 2012년 원전 하나 줄이기에 나선 서울특별시는 ‘시민이 에너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6년 동안 에너지절감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왔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는 단계적 로드맵 제시 후 1단계 200만TEO와 2단계 400만 TEO에서 1단계 당초 목표 기간을 6개월 앞당겨 2014년 6월에 조기 달성했고, 그해 8월 ‘원전 하나 줄이기 시즌2’에 돌입했다. TOE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원 발열량에 기초해 석유 발열량으로 환산한 단위로 1TOE는 1,000만 kcal에 해당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에너지 366만 TEO를 생산·절감함으로써 원자력발전소 2기, 석탄화력발전소 4기에 해당하는 감축 효과를 냈고, 경제적 효과가 연 1조 6천억 원 수준이며, 원전 건설비 4조5천억에서 5조4천억을 줄였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도 서울 배출량의 29%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에 나서게 된 것은 ①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 ② 원자로를 감소할 필요성, ③ 제4차 산업혁명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④ 2011년의 순환정전사태의 경험, ⑤ 밀양 송전탑 주민의 고통 나누기 등 5가지 이유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2012년 4월, 서울시가 발표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지자체가 종합적인 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집행체계를 갖춰 지역에너지정책을 펼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녹색에너지과를 신설하고 에너지시민협력반도 만들었다. 민관거버너스 기구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했다.

사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당시 전력자립도가 2.95%밖에 되지 않는 서울시에서, 다른 지역에 대한 전력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캠페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결과 진짜 변화가 생겼다. 2013년 전국 에너지소비량은 0.04% 증가했는데 서울시는 오히려 3.2% 감소한 것이다.

서울시의 종합대책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에너지효율화 및 에너지절약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모두 71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13년 12월 기준으로 목표 200만TOE 중 134만TOE 감축을 달성했고, 그 중 절반가량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으로 이뤄냈다는 것이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의 건물에너지 소비는 대부분이 상업과 가정 부문으로,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 참여가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가정에너지 진단, 상업에너지 진단, 에너지수호천사단 교육, 에너지설계사 제도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교육과 진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했다. 또한 건물에너지 효율화사업을 위해서 융자제도를 실시했는데, 2013년에 상업건물 754곳과 일반 주택 10,271가구가 단열개선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공부지의 임대료를 공시지가의 5%에서 1%로 인하하기 위한 에너지조례 개정,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 마련 등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시즌1’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강동구 암사정수장에 5MW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고, 삼각산고등학교 지붕위에는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소가 시민출자를 받아 20kW 태양광발전을 시작했다. 또 아파트가 많은 서울의 주거특성을 활용해 200W 미만으로 미니태양광 발전기 시범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 동작구 성대골, 금천구 새재미, 강동구 십자성 마을 등 11개 마을이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돼 주민 주도로 에너지 줄이기 노력을 전개했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시즌2’는 ‘에너지살림도시 서울’을 지향하며 ‘자립, 나눔, 참여’라는 지향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2015년부터는 민간태양광발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형 발전차액지원(FIT)을 연간 kWh당 50원이던 것을 100원으로 100% 올렸고, 태양광융자 지원 한도도 종래 설치비의 60% 지원에서 80% 지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건물신재생에너지 설치 이용 의무를 공공건물의 경우 2012년까지 소비의 10%에서 2014년까지 20%로 강화했다. 또한 ‘서울햇빛지도’ 만들기에 나서 태양광발전소 설치사업에 관한 기초조사를 했고, 2015년 현재 베란다형 5,000곳 이상에 200W(30만원 지원)~500W(60만원 지원)의 미니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데 힘입어 ‘시즌 2’에서 에너지자립마을이 2015년 35개로 늘어났고, 2016년에는 55개로 늘어났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는 2012년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발표한 뒤 노원구를 중심으로 46개 지자체장들이 모여 ‘탈핵 에너지전환 도시선언’을 했다. 그리고 2017년 2월에는 서울시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공기업 서울에너지공사를 출범시켰다. 목동·노원·신정의 열병합발전소를 관리하던 SH공사의 집단에너지사업단을 분리해 태양광발전과 전기차 사용 확대 및 지원 같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도록 확대한 기관을 만든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에너지공사를 통해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이어나가는 한편 태양광, 연료전지 같은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인데 전기차 사용을 늘리기 위해 구매부터 유지, 충전, 판매까지 지원하는 전기차 생애주기 종합관리 서비스와 전기차 구입 비용을 금융기관과 연계해 낮은 이자로 융자해주는 ‘이비(EV·electric vehicle)론’을 2017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새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에 발맞춰 다른 5대 광역시에도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 추진을 권하고 있다. 5대 광역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를 추진한다면 5년 뒤에는 원전 3기 또는 석탄화력발전소 7기의 대체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원전 하나 줄이기를 전국적으로 확대, 추진한다면 5년 뒤에는 서울시 에너지 사용량 24% 생산 절감 효과와 660만 TOE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전 건설 없이 새정부의 에너지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전력자립률 20%, 온실가스 감축 1천만 CO2환산톤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2017년 9월 5일 도시에너지포럼에서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를 통해 본 에너지전환 가능성’이란 주제발표에서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의 성공요인으로 리더의 정책 의지가 강해 조직 예산이나 인력 배치, 실무자의 사기진작을 고려하는 등 지자체의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했고, 창의적 기획과 꾸준한 추진, 민관협력 거버넌스 실현으로 시민참여와 교육을 통한 에너지시민성을 키워냈고, 사회적 자본과 고급 인적자원의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이용했으며, 이러한 사업을 투자기회 및 일자리 창출로 연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교수는 “앞으로 과제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전환정책이 정책에서 주류화를 이뤄야 하고, 정책의 지속성을 가져야 하며, 세부사업과 관련해 정보 확산 및 성공사례의 공유, 다양한 시민참여 에너지전환 프로그램 개발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에너지전환정책으로의 근본적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총리실에서 나서서 정부주도로 대책을 마련해주면 서울시도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18년 들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지난 한주 3차례에 걸쳐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처음으로 대중교통요금 무료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서울시민은 물론 전 국민적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를 통해 “차량 2부제나 친환경등급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 등 정부와 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 간 협조가 절실함을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또한 서울시 차원에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싱크탱크를 만들어 대기질 개선책을 집중 연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문제를 놓고 범정부 차원에서의 심도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원전 전력의 다소비지역인 서울시는 단체장의 정책의지에 힘입어 6년에 걸친 ‘원전 하나 줄이기’ 시즌1~2 사업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대신 ‘시민절전소’를 대폭 확대해감으로써 새로운 에너지전환도시로 가는 길을 전 세계에 발신하고 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