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회는 5시간이 지나도록 끝날 기미가 없었다. BIFF 관계자들에 따르면 13명의 이사는 영화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일부 영화인 이사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현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라고 강조했고, 또 다른 이사들은 “영화제가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긴 시간 격론 끝에 이사장 후보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김의석 전 영화진흥위원장을 선정, 오는 31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최종 선임하기로 하고 이사회는 마무리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10월 영화제 때 ‘다이빙 벨’ 상영 이후 줄곧 혼란을 겪었다. ‘다이빙벨’ 이후 부산시와 감사원의 BIFF 감사,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영화계 일부의 BIFF 참가 보이콧, 김동호 BIFF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사퇴를 거쳐 ‘BIFF호’를 이끄는 수장 자리는 수개월째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BIFF는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BIFF는 한국 영화산업과 문화외교, 시민을 위한 문화 다양성 증대 등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온전히 진행되지 못하며 정체하는 동안 중국 등 세계 영화제들은 빠르게 추격했다. BIFF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영화인들은 안다. 특히 영화계 일부의 보이콧 속에 지난해 BIFF는 비즈니스가 부재한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급속한 환경 변화로 영화제가 가야할 길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 영화제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위기의식도 고조된다.

환경과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BIFF를 둘러싼 시선과 인식은 제자리에 머무는 듯하다. 이럴 때 전문가의 역할이 절실해진다. 영화제의 새 수장은 이런 환경 변화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 영화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깊이 고민한 인물이 BIFF를 맡아야 한다. 영화계에서도 관련 단체 사이의 이해관계와 인식 차이가 얽혀 있기 마련이어서 ‘만장일치’식으로 인선이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다. 남은 선임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양보하며 관이 놓치고 있는, 필요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을 뽑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BIFF를 ‘새로 고침’ 할 수 있는 적임자가 절실하다는 의식이 영화계와 BIFF 이사회에 적용되기 바란다.

문화부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