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올 7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해 온 원도심 4개 구(중·동·서·영도구) 통합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해 3월 초 서병수 부산시장이 원도심 통합추진 카드를 불쑥 꺼내든 이후 10개월 만이다. 충분한 의견수렴과 주민 설득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경제적 필요성 주장과 의욕만 앞섰지, 정작 통합의 토대는 구축하지 못한 까닭이다. 동(洞) 통합도 상당한 진통이 있는데, 4개 구를 그 짧은 시간에 합치려 했으니 탈이 나고도 남는다.

서 시장과 원도심 구청장들은 어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발표했다. 요지는 통합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그 시기는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 2022년 7월 1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통합을 4년 뒤로 미룬다는 얘기다. 그러나 통합이 사실상 철회된 거나 마찬가지다. 이들 구청장 중 3명은 이미 ‘3선 ’이라 올해 6·13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고, 서 시장도 재선에 실패할 경우 후임 시장이 원도심 통합을 계속 추진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다.

우리는 원도심 4개 구 통합에 대해 주민 삶의 질 향상 등의 취지에서 원론적으로 찬성 입장이되, 해당 주민들부터 충분히 설득하는 게 순리라는 점을 누차 밝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 공감대와 합의를 이루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속도전처럼 밀어붙여 반발을 자초하고 추진동력마저 떨어트리는 모양새가 됐다. 더욱이 서 시장은 ‘통합이 되더라도 시·구의원 정원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회유성 서한을 보낸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사기도 했다. 선거구 획정은 시장 권한이 아닌 데도 그런 약속을 했으니 그럴 만했다.

사실 원도심 통합은 오랜 난제이지만, 10개월 전 서 시장이 해당 구청장·주민단체 등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때부터 풍파가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이제 4년 뒤로 연기하기로 했으나 그동안 통합 추진과정에서 지역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고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 시장은 그에 대해 이유 여하를 떠나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올바른 순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