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통합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하며 합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두 대표는 어제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겠다”고 명분을 밝혔다. 양당 모두 안팎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통합에 쐐기를 박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당 내부 반발이 여전하지만 합당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간 진행돼온 두 당 통합 논의와 관련, 선거를 앞두고 세를 불리기 위한 이합집산이라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실제 각 당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두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게 합당을 이끈 주요 동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외에 지금의 거대 양당 구조에 싫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중도정치를 향한 열망도 이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정치공학적인 계산이 없진 않지만 제3 지대를 개척하겠다는 두 당의 합당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두 대표가 내건 노선과 명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라는 두 당의 정체성이 어떻게 합쳐질지부터 의문이 든다. 당장 두 당은 북핵과 같은 안보 문제나 적폐청산 등 여러 국정 현안을 두고 크고 작은 시각차를 보여왔다. “합당으로 두 당의 정체성이 확장되는 것이지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말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이유다. 이처럼 노선이 애매하다 보니 합당의 명분도 더욱 궁색해 보인다.

아직 창당 이전인 만큼 구체적 정책을 말하기에 이른 측면이 없진 않다. 그렇다고 해도 합당에 앞서 제3의 노선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으면 어떤 명분도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가장 급한 것은 새롭게 탄생할 당의 일치된 정책 비전이다. 이게 없이는 통합을 둘러싸고 그간 제기된 이합집산이니, 정치공학, 지방선거를 위한 야합이라는 비판이 머지않아 사실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