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4년간 굵은 땀을 흘린 국가대표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길 선배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북한도 평창에 오기로 했다. 북한의 참가는 흥행뿐 아니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 우려도 존재한다. 북한 선수가 합류하면 우리 선수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거나 조직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창만 바라보고 묵묵히 힘든 훈련을 견딘 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창올림픽 성공은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선수의 희생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과 많은 대화를 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과 지원에 나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27년 전인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의 일원으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처음엔 나도 단일팀 구성에 부정적이었다. 정치적인 이벤트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달 넘는 기간 리분희 선수를 포함한 북한 선수단과 합동훈련을 하면서 서로가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연습 방식이나 말투는 물론 실력이 달라 생긴 작은 갈등들은 서로 이해하고 이겨냈다. 그 결과 남북 단일팀은 여자 단체전 9연패를 노리던 세계 최강인 중국을 3-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인데도 마치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교포가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다. 마침내 우승했을 때 TV를 시청하던 국민과 경기장을 찾은 남북 응원단은 물론 선수단도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울려 퍼졌다.

27년 전 그곳 일본 지바에서는 남북이 하나가 되어 중국을 이기는 모습을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마치 ‘통일이 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가슴 저 밑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었다. 지금도 그때 그시간은 나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드라마이다. 2010년에는 남북 단일팀을 다룬 영화 ‘코리아’가 제작돼 2012년 개봉했다.

만일 여자 아이스하키가 단일팀이 되어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마음의 문을 빨리 열고 서로가 많이 배려하고 양보해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이 흐뭇한 마음으로 단일팀을 응원하고 하나가 된 멋진 모습을 응원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오는 3월 9월부터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열린다. 리분희 언니가 현재 북한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을 맡고 있어 평창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리분희 언니가 평창에 온다면 무조건 만나고 싶다. 그동안 나와 리분희 언니는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했는데도 재회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 만큼은 꼭 얼굴을 보고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집으로 초대해 따뜻한 집밥도 해주고 싶다.

마사회 탁구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