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은 베넬롱 포인트. 뉴사우스웨일스 지방인 이곳은 애초 원주민들이 조개를 잡아 그 껍 데기를 버리던 섬이었다. 1788년 영국 해군 ‘아서 필립’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상륙하면서 섬의 운명은 바뀌었다. 이들 배에는 1000명이 넘는 범죄자와 가축 일부가 타고 있었다. 영국이 유배 식민지로 이 지역을 택한 것으로, 아서 필립은 호주 최초의 총독 자리에 올랐다.

당시 지배자 영국인과 원주민의 가교 역할을 한 사람이 베넬롱이었다. 원주민인 그가 필립 총독의 승낙으로 섬에 집을 짓게 되면서 베넬롱 포인트란 이름이 붙었다. 19세기 초 이 섬은 바다 매립으로 육지와 이어졌고, 세월이 흘러 시드니에 전차가 생긴 뒤로는 차고지로 쓰였다. 그랬던 이 땅에 오페라하우스가 솟아 있다. 20세기 건축의 걸작이자 세계적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바로 그곳이다.

이 건물 설계는 1956년 국제공모 절차를 거쳐 이듬해 결정됐다. 32개국에서 233건의 설계 응모가 쇄도했는데, 덴마크의 38세 무명 건축가 ‘요른 웃손’의 것이 최종 선정되자 세계 건축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커다란 조가비들을 엮어 놓은 듯 기상천외한 형상인 데다, 그때 기술로는 짓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서도 평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한동안 휴지통에 버려졌다가 나중에 되살아났다고 한다.

그런 뒤에도 1973년 10월 개관 때까지 수많은 곡절을 겪었다. 1966년에는 비용 초과와 디자인 관련 논쟁이 거세졌고, 급기야 웃손은 작업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여기에다 공사 지연과 설계변경 등으로 공기가 9년 연장됐다. 건설비도 당초 14배인 1억여 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 완공에 이르렀다. 2008년 웃손이 별세하자 호주 언론은 “그에 대한 이야기는 거대한 오페라와 같다. 그는 시드니에 가장 확실하고 수익성 높은 상징물을 남겼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 내 오페라하우스 건립공사가 드디어 올해 상반기 중 첫 삽을 뜬다는 소식이다. 해안 매립지라는 점에서 시드니 것과 닮았다. 그러나 건물만 거창하게 지어 놓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접근하기 좋고, 즐겨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축과 그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