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를 5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유한국당은 서병수 부산시장과 박민식 전 의원, 이종혁 전 최고위원 3명이 출마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데 반해 민주당은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시장 출마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표하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개별 언론 인터뷰에서 줄곧 불출마 의사를 밝히더니 최근에는 한 인터뷰에서 ‘해수부 장관을 하는 게 부산 발전을 위해 더 낫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출마를 권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 역시 친노·친문 지지자들의 출마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숨바꼭질’만 하고 있다.

최근 복당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내가 필요하다면’이라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박재호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내세우며 ‘오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내가 나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장관과 이 전 수석은 청와대의 ‘시그널’ 없이는 출마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도 정치적 상황과 당내 분위기만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 정당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시장이 그리 만만한 자리인가’라고 묻고 싶다. 별로 할 마음도 없는데 청와대의 권유로 또는 지지자들이 출마하라고 성화를 해서, 아니면 자기가 추대되는 상황이 되어야만, 그것도 아니면 당내 경선 후보의 정체성이 맞지 않으면 출마하는 자리인가. 70%를 웃도는 국정 지지율에 도취해 ‘민주당 후보는 나오면 당선’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인가. 시민은 자존심이 상한다.

350만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부산시장이라면 지금은 출마 의사를 굳히고 지역 발전을 위한 큰 그림과 세부 정책을 치열하게 점검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 5·9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반문(반문재인) 연대, 안철수 바람 등 정치 이슈에 묻혀 후보의 정책 검증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부산시장 선거 역시 가장 중요한 정책에 대한 검증보다는 각 당의 후보가 누가 될 것이냐 등의 정치적 이슈로 시간을 흘려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누가 시장 후보가 되든 ‘부산을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뜬구름 잡는 식의 성의 없는, 준비 없는 공약은 하지 않기 바란다.

정치부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