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17분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의 포트카멘나야퉁구스카강 유역 상공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수천만 그루의 나무가 서식하는 2150㎢가량의 광대한 숲이 파괴됐다. 20세기 최대 소행성 충돌 사건으로 기록된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450㎞나 떨어진 곳에서 기차를 타고 있었는데도 심한 땅울림과 함께 돌풍이 몰아쳐 기차가 전복됐다.” 당시 한 목격자는 폭발의 위력을 이렇게 전했다.

퉁구스카 대폭발 원인이 소행성 충돌이라는 건 이탈리아 천문학자인 루이기 포쉬니 박사 연구팀이 밝혀냈다. 이들은 2001년 11월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지름 60ｍ가량의 소행성이 초속 11㎞로 날아와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 천문학계는 2015년 퉁구스카 대폭발이 일어난 날을 ‘소행성의 날’로 정했다.

2016년 5월까지 발견된 지구 접근 소행성은 모두 1만4300여 개. 이 중 충돌 가능성이 있는 건 71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확률이 높은 건 ‘99942 아포피스’. 아포피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어둠과 죽음의 신이다. 이 소행성은 2036년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태평양에 충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상태다. 소행성은 혜성처럼 지구에 부딪혀 인류 종말을 야기할 수 있지만, 지구의 기원을 규명할 단서를 갖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파생된 잔해물이어서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이 지난해 10월 2일 소행성 ‘베누’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지구 밖 512만 ㎞ 거리에서 지구와 달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오는 8월 베누에 다가가 탐사한 뒤 2023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 사진에 나타난 지구는 1990년 2월 태양계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찍은 것처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었다.

“지구는 거대한 우주 속 하나의 외로운 점이다. 인류의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바로 이 사진(보이저 1호 촬영)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 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 지구에 대해 이같이 썼다. 핵무기와 환경 훼손 등으로 지구를 위협하는 인류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