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패러다임은 ‘을’이나 ‘병’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점점 더 몰리는 요즘은 의료계의 ‘을’이나 ‘병’은 중소병원 혹은 의원들일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연세대에 의뢰한 의료 수가의 원가 보전율은 대학병원(84.2%)에서 병원(66.6%), 의원(66.2%)으로 갈수록 낮다고 한다.
의사란 부자에게 치료를 더 잘해주고 돈이 없다고 성의 없는 치료를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다. 가난하다고 무성의한 치료를 하는 의사는 자격이 없다. 의사가 치료를 할 때 좋은 결과를 위해 투여하는 시간과 관심은 공평해야 한다.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는 갑과 을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은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사회적으로 병원이나 의사는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갑’일 수도 있다. 2016년 우리나라 전체 억대 연봉자는 65만 3000명인데 의사의 경우 전공의와 젊은 교수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고 봉직의도 억대 연봉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의료 사고가 날 경우 병원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증거를 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증 의료사고라고 여겨지는 모든 경우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 조정 절차가 시작되는 소위 ‘신해철법’도 시행되고 있다. 의료사고까지 아니더라도 치료비 혹은 치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환자는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소비자 보호원 등 여러 기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무과실 분만 사고도 병원에서 30%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도 있다. 중소병원은 연 7%가 도산하고 있고 병원 수익률은 2%를 넘지 못한다. 특진비를 받았던 병원이 올해부터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대형병원만 가능하게 되었고 중소병원은 ‘그림의 떡이’다. 정부 쪽에서는 300병상 이상의 병원만 허용하자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것은 을, 병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우리나라 병원급 진료비 매출은 32조1607억 원이며 수익률은 약 1~2%로 금액으로는 많게 잡아도 우리나라 병원 전체 순수익은 6432억 원이다. 삼성화재 한 개 회사의 2016년 당기 순익이 8662억 원이다. 우리나라 전체 4대 보험 진료비(비급여 포함, 2016년)는 약 87조 원인데 민영 및 공영 보험 등 국민이 낸 총보험료는 327조 원이다. 병원은 ‘갑’이 아니다.

문재인 케어 자체를 반대하는 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의료계가 반대 집회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지금까지 의료계에 대해 해 온 일들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병원에 손해가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였지만 의약분업 당시 지키지 않은 약속 때문에 의료계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또한 초음파, CT 등 급여화를 하면서 수가를 관행 수가의 50% 미만으로 책정해왔고 급여화가 되는 재료는 원가만 받을 수 있으며 그나마도 삭감이라는 명목으로 치료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제도는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예비 급여라는 것으로 급여 치료비 중 입원 환자의 경우 환자 부담이 20%이고 보험공단 부담이 80%인데 반해 비급여 치료비가 예비 급여로 전환되면 환자 부담이 50~90%가 되어 국가 부담이 아주 작은데도 급여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병원의 90% 이상은 개인 기업이며 기업은 이익을 내야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 25개 생명보험회사의 정직원 수는 2017년 3월 기준 2만6219명이며 의료 서비스업 종사자는 67만8000명(2017 보건산업진흥원)로 고용유발계수는 19.2(2017 한국은행)으로 제조업 8.8의 배 이상이다. 의료계를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심정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키우고 보호해야 하는 업종이라는 인식을 기대한다.

박원욱병원 대표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