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난 개. 그것도 황금개. 올해가 무술년(戊戌年) 나의 해인 줄은 알고 있겠지. 60년 만에 좋은 기운을 듬뿍 안고 돌아왔다고 반겨줘서 고맙구먼. 따지고 보면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이 되었고, 이제 반려견으로 인간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니 덕담 한마디 쯤 건넬 자격은 충분하겠지. 주제넘은 일 아니냐고 하겠지만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
우주에서 산화한 ‘라이카’가 먼저 떠오르는군.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유기견에서 최초의 우주 비행견이 된 친구지. 무중력 상태가 생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 1957년 11월 3일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가 지구를 네 바퀴 돌았어. 귀환 기능을 갖추지 못한 우주선이었으니 라이카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어. 라이카의 희생은 우주 개발의 밑거름이 됐어. 문제는 당시 소련이 라이카의 사망 원인을 두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야. 7일 동안 생존했다가 약물 주입으로 고통 없이 죽었다고 했으나 7시간 만에 고온 등을 견디지 못하고 우주의 넋이 됐으니…. 인간이란 참. 또 하나는 ‘상갓집 개’야. 중국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에서 공자를 그렇게 표현했지. 유학의 종조에 대한 불경스러운 대접이라 하겠지만, 뒤집어 보면 불굴의 이상주의자를 향한 헌사지. 14년을 풍찬노숙(風餐露宿)한 공자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기어코 하려는 사람(知其不可而爲之者)’이었어. 그가 초지일관한 것은 결국 백성이 편안한 삶 아니었을까. 인간 중심,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그 밑바탕이지.
그래서 당부하건대 올해는 ‘이전투구(泥田鬪狗)’란 말을 안 들었으면 좋겠어.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모양임을 모를 사람은 없겠지. 여기엔 조선 태조와 정도전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지. 정도전이 팔도 사람의 특징을 네 글자로 품평했대.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소나무나 대나무 같은 곧은 절개),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같은 품성) 하는 식이었지. 그런데 함경도를 이전투구라고 한 거야.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강인하다는 의미겠으나 함경도에서 잔뼈가 굵은 태조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겠지. 그래서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가는 소와 같은 우직함)로 바꿨다나.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생각나서 하는 말이야. 후보자들이 품성과 비전으로 겨뤄야지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며 이전투구를 벌여선 안 된다는 것. 아~울!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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