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SNS에서 ‘오메가패치’란 계정을 운영하던 20대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운영자는 도시철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들의 사진을 모아 이들을 조롱하는 댓글과 함께 게재했다. 한 사진 제보자는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주지 않은 남성에게 ‘개저씨(개와 아저씨를 합친 단어)’라는 극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계정은 한동안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됐다. 대다수는 이유를 불문하고 당사자 동의없이 몰래 찍은 사진을 많은 사람이 보는 공간에 올린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특히 인신공격성 댓글에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반면 한편에서는 계정의 내용이 지나친 것은 맞지만 이를 거울삼아 임산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도시철도 임산부 배려석은 2011년 대전시가 최초로 설치했다. 이후 도시철도를 운영 중인 지자체들도 좌석 색깔을 바꾸거나 식별 배지를 나눠주는 등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정작 임산부들이 경험하는 ‘시민들의 배려’는 여전히 높지 않은 수준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설문조사를 해보니 임산부의 60.2%만이 배려석을 양보받았다는 응답을 했다.

임산부 배려석을 두고는 전국의 도시철도에서 심심치 않게 갈등이 일어난다. 만삭이 아닐 경우 임신한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자리 양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리적 폭력이 생기는 사례도 있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고자 등장한 게 부산도시철도의 ‘핑크라이트’다. 열쇠고리 모양의 발신기를 지닌 임산부가 도시철도에 올라 임산부 배려석 근처에 가면 그곳에 설치된 수신기가 분홍 불빛을 빤짝거리는 방식이다.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 놓고 알리지 않아도 되니 임산부나 승객들 서로에게 좋다.

부산시와 부산철도공사는 그동안 핑크라이트를 부산~김해경전철 구간에서 시범운영했다. 예상외로 임산부들의 반응이 아주 좋자 이 장치를 3호선 모든 차량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도시철도 전 노선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는 핑크라이트 도입이 임산부에 대한 ‘배려 문화’를 확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이라면 당연히 호응을 해 줄 게 분명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