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용품은 선박에 필요한 각종 물품으로 종류가 3만9000가지에 이른다. 그것의 세계 유통시장 규모는 약 45조 원이고, 이 중 부산항은 6900억 원(1.5%) 정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데다 부산항 입항 선박에 부산물품 등 국산 선용품이 공급되는 게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7년 전 본지 취재팀의 조사 결과, 부산항에 들어온 국제크루즈선들이 출항 전 배에 싣는 선용품 가운데 95% 이상이 외국산이었다. 해당 선사들이 싱가포르 등 해외 업체에 구매 주문한 선용품을 부산항에 반입한 뒤 크루즈선에 옮겨싣는 것이다.

위 사례는 부산항이 지닌 부가가치 수준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7년 전이지만, 요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고 일반 선박 또한 비슷해 보인다. 부산의 관련 업체는 부산항에 도착한 외국산 선용품의 통관을 대행하고 배에 선적해 주는 등의 비용만 주로 챙기는 셈이다. 지난해 부산항에 크루즈선이 210회(57만여 명) 입항한 걸 감안하면, 이들 배에 선용품을 공급하는 데 따른 이득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선용품 외 선박수리, 급유(給油), LNG 벙커링, 항만 배후단지 운영 등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역-운송-보관의 물동량 위주인 부산항에서 부가가치 창출과 연관산업 비중이 저조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번에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등의 실태조사 내용은 그걸 새삼 일깨워준다. 하지만 지역 해운항만물류업체 대상의 첫 전수조사라,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부가가치 중 연관산업 비중이 22.1%에 불과해 로테르담항(60.6%)이나 싱가포르항(33.7%), 상하이항(31.7%)보다 훨씬 낮으니 말이다.

부산항이 세계 컨테이너 처리량 6위를 넘어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관산업이 육성돼야 하는 건 자명하다. 특히 배후단지 활성화가 핵심 요소다. 신항 배후단지가 생산·조립·가공 등의 조성 취지와 달리 창고 기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터다. 세계 10위권 항만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이 배후단지에 관련 산업 집적 등의 육성책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걸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