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인 평창올림픽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개최로 한국은 하계·동계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 월드컵을 모두 유치해 스포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6번째 나라가 된다. 외형 면에서는 스포츠 선진국 반열에 서게 되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다소 부족한 부분도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 중에 주기적으로 유산소 운동하는 비율이 한국인은 30.6%로 미국의 49.5%에 비하면 크게 밑돈다. 특히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스스로 운동 부족이라 느끼며, 꾸준히 증가하는 성인병 환자 추세도 사회적 문제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우리 스포츠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기반을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체육교과 시간을 단순 비교해보면 OECD 평균을 상회한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문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다양한 스포츠를 접해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다 보니 평가에서도 여전히 기술,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이 스포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흥미나 적성에 따라 농구, 배구, 플로어 하키, 미식축구 등 여러 스포츠를 접할 수 있다. 평가 방식에서도 단순한 정량적 형태를 넘어 팀워크, 노력, 끈기 등 태도와 자세에 중점을 둔다. 운동신경이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팀원들과 마찰이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미시간 대학에서 수행한 한 연구를 보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청소년일수록 리더십과 사회성이 발달하고 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특히 팀 스포츠를 하는 학생의 경우 리더십과 공감능력이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스포츠 활동을 통해 직무 만족에 긍정적 영향을 받고, 더 나은 대인관계와 팀플레이를 수행할 수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능동적인 여가와 생활 체육 참여를 통해 강화된 내적 동기 유발이 직무 만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과 삶의 균형을 가리키는 ‘워라밸(워크-라이프-밸런스)’이 사회적으로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 요즘 스포츠는 내 삶을 즐기고 여가를 보내는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업무 몰입을 높이고 일 자체에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좋은 활력소가 된다.
선진국에서는 스포츠맨십에 대한 교육도 빠지지 않는다. 스포츠맨십은 ‘패했다고 낙심하지 마라’ ‘승리에 도취하지 마라’와 같이 함양해야 할 마음가짐뿐 아니라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사회 규범을 존중하는 성숙된 시민으로 키워낸다.
스포츠는 표면적인 물리적 힘과 기술, 경쟁뿐 아니라 그 내면에 정신과 스토리가 함께 담겨 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며 즐거움을 넘어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요 장면들은 지금 봐도 가슴 벅차며, 소치에서의 피겨스케이팅 결과를 보며 국민들은 함께 분노하고 아쉬워했다.
미국, 일본, 독일이 올림픽을 개최하며 자국의 브랜드가 급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듯이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리닝이 국가적 지지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중국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공식 후원사의 제품을 제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자국의 브랜드를 입힌 덕에 전 세계인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다.
4개의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모두 주최한 우리도 이 같은 기회를 잘 살렸더라면 지금쯤 자랑스러운 토종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하나쯤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개발과 생산을 주도하고 있을 만큼 선도적 기술 수준에 올라 있다.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안목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시대다. 미국, 일본 브랜드 일변도였던 국내의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시장에서도 자사의 브랜드인 ‘비트로’가 품질과 기술력 하나로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최초의 다이얼 테니스, 배드민턴 신발 개발에 독자적인 쿠셔닝 기술로 동호인들에게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게 되었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가 2021년을 기점으로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대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기며 목적지로 가는 상상 속의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만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인간 활동의 다양한 영역이 기계나 AI로 대체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본연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굳건한 스포츠 기반을 토대로,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사회가 공정하며 활력 넘치는 미래한국을 꿈꿔본다.
㈜학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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