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추위가 출렁거리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백운포의 갯바위에 고드름이 열리고 나뭇가지가 휘청거릴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햇볕은 투명하게 우리를 비추고 있다. 추위에 불현듯 세상이 고요해지면서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데 집중한다. 풍요롭고도 빈곤한 삶의 희로애락을 펼쳐본다. 빽빽한 일상 속에 숨어버린 삶의 가치를 찾는다. 깊은 사색의 시간이 흐른다. 성찰이라는 칼날 위에 선다. 발끝의 통증으로 의식이 명징해진다.
자신의 민낯과 마주해야 하는 자기 성찰과 반성은 돌림노래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해야 하는 이유는 어제의 어둠을 밝혀내고 오늘의 지표를 찾아야만 내일의 밝음이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에 힘을 얻어 우리는 삶을 익히며 지속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타인이다. ‘무엇이건 나에 관한 진실을 얻으려면 나는 반드시 타자를 거쳐야만 한다’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한다. 반복되고 불편한 반성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은 변화의 신호가 된다. 자신을 자신답게 물들이는 타인은 곧 ‘나’의 다른 이름이 된다. 그래서 함께해야 하는 타인은 우리의 가족이고, 친구이며, 이웃이다. 이러한 긴밀한 관계의 유대감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 바로 공동체이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는 우리 모두의 이름일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삶으로부터 출발한 성찰은 공동체의 삶에 도달하게 된다.
공동체의 삶을 사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공동체의 원형 요소라 할 수 있는 유대감이 견고한지 살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할 여지도 없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개인의 기호와 가치에 몰두한 나머지 타인의 이해와 배려에 소홀한 모습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마주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음으로써 벌어지는 일상의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신문은 다양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일이 층간 흡연이다. 바람을 타고 혹은 환기구를 타고 이웃의 베란다나 화장실로 스며든 담배 연기는 간접흡연으로서 대상에 관계없이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흡연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인 가운데 벌어지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피해대응책으로 내놓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 시행 기사는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에 그치고 있다. 법 개정 의미에 따른 효과가 없다면 그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서도 보도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층간 흡연 신고와 경비원 출동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층간 흡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흡연 제재가 사생활과 인권 침해라고 한다. 그러나 비흡연자의 입장에서도 담배 연기와 냄새는 사생활과 인권 침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찾아 문제점과 개선 방안의 강구를 통해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심층적인 보도 기사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건전한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내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가 있다. 국제신문 학생기자가 보도한 ‘명상 시간의 진화… 공생공감 아시나요’이다. ‘명상의 시간’의 오디오 방송이 인성프로그램 ‘공생공감’의 영상방송으로 거듭난 것이다. 영상을 보고 교과 외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접하면서 생각의 여유와 정신을 맑게 하는 시간이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야기로 서로 소통하고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그 자체가 공동체 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언론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은폐되었던 일들을 드러내고 다양한 사건과 사고 보도에 여념이 없다. 시대의 모순과 소통이 단절되고 있는 세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보도 그 자체에 그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기사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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