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어디서 났어?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마트에서 사 왔어, 친척에게 얻었어, 직접 담갔어. 모르긴 해도 맨 앞쪽 답이 많이 나올 세상이다.

예전 김장은 한 가정의 대사였다. 적어도 50포기요, 좀 담갔다 하면 세 접 정도였다. 마당이고 마루고 온통 배추와 무 세상이었다. 그래도 하루면 뚝딱이다. 온 가족이 합심하니 소박한 김장속 쌈만으로도 저녁 배가 불렀다. 요즘은 달랑 세 포기로 하루를 허덕인다. 제사보다 제삿밥이라고 마음은 수육 보쌈 삶는 데 가 있다. 우리들 사는 풍경은 잘도 변한다.

김장 때문에 바닥에 깐 신문에도 변화가 있었다. 신문만화가 그렇다. 한때는 네 칸 만화, 한 칸 만화, 그것도 모자라 시사상식이나 감성만화까지 연재로 게재하던 신문들이었다. 언젠가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만화처럼 무쌍한 변화를 겪은 것도 많지 않다. 라이파이가 나오고 홍길동이 나오고 떠돌이 까치가 나왔을 때 이 문화는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거의 불량식품 대우였다. 청소년의 달이 오면 만화 화형식까지 가질 정도였다. 당시의 어른들은 만화를 책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 만화가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의 요체로 떠오르자 많은 매체가 만화를 끌어안았다. 만화 주간신문이 나오고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기더니 이윽고 유명 만화가들이 속속 스타 반열에 올랐다. 변화가 왔다. 환란 이후 피시방 등장이 계기였다. 컴퓨터 게임이 뜨면서 만화산업도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반등의 계기가 찾아왔으니 바로 웹툰이었다. 인터넷 시대, 만화는 웹툰이라는 최신 버전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다시 반전을 이루었다. 전보다 더 선망받는 직업이 되었고 문화콘텐츠로도 각광 받고 있다.

그 위상은 미술학도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그림 좀 그리면 서양화 전공, 디자인 전공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웹툰 전공 희망자가 부쩍 늘었다. 마침내 대학의 웹툰 전공학과는 웬만큼 공부해서는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상전벽해라더니 만화의 변화가 딱 그렇다.

그때는 운동선수들도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싸움꾼이나 되는 줄 알고 손사래부터 치던 분위기였으니 그 역시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여기도 일대 반전의 변화가 일었다.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운동선수는 인기와 명예, 부의 삼박자를 누리는 어마무시한 직업이 되었다. 다는 아니지만 연봉이 수억에서 수십 수백억대에 이른다. 요즘 이만한 연봉을 누리는 직업 많지 않다.

최고의 반전은 따로 있다. 바로 나이트클럽 되시겠다. 머리 희끗한 세대들에게 나이트클럽은 만화나 운동선수보다 더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거기 드나들면 가문 망신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많았다. 걸리면 삭발도 불사한 정도였다. 그 자녀들 족치던 부모들이 늙었다. 자나 깨나 건강 100세를 외치는 사회에 살다 보니 60줄 은퇴의 하루가 무료하다. 그분들이 노년의 나이트클럽으로 불리는 콜라텍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내가 종종 가는 청량리시장 뒷골목 선술집에는 그런 분이 자주 보인다. 이른 저녁이 되면 쌍쌍이, 혹은 남녀가 어울려 활기차게 들어섰다. 간단하게 대포 한잔하면서 삶의 활력을 나눈다. 자녀들이 나이트클럽 근처에만 가도 거품을 물던 그 세대다. 입장료 1000~2000원만 내면 되는 곳. 낯선 사람들이 만나도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곳. 이따금 흥이 오르면 춤도 추고, 마음이 맞으면 이성 친구도 만들 수 있는 곳. 어이쿠야, 이게 이렇게 좋은 곳이었구나. 우리 아이들이 이래서 다리몽둥이를 분지른다고 해도 여길 갔구나. 이분들은 때늦게 나이트클럽의 진가를 각성한 모양이다.

100세 시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멀미가 날 지경이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귀신도 다르지 않다. 세상 주소가 몽땅 도로명으로 바뀌었으니 어리바리한 귀신들은 제 고향 동네 찾아가기도 힘들 판이다.

해를 마무리하면서 고민이 많아진다. 내년부터 일찌감치 콜라텍 댄스 스킬이라도 배워야 할까? 풀린 다리가 따라줄까? 동화작가는 올해도 괜한 상상으로 해를 마감한다.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