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끝나는 부산 공기업의 주요 보직을 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이 차지할 거란 말들이 다시 나돌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13일 마감된 부산도시공사 사장 공모에는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현직 시 간부를 포함해 3명이 서류 접수를 했다. 도시공사는 임원추천위원회의 공정한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겠다고 밝혔지만 특정인이 이미 내정됐다는 설이 분분하다. 이렇게 되면 임추위 심사는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도시공사의 또 다른 핵심 보직인 건설사업본부장 자리에도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공사에는 시 출신 인사가 적지 않다. 이 조직이 ‘부산시 2중대’가 아니냐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이러니 임원 승진 자격을 갖춘 도시공사 내 공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 출자기관인 벡스코의 경영본부장직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년 3월 현 본부장이 퇴임하면 현직 시 간부가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공기업이나 시 출자기관이 퇴직 시 공무원의 자리 만들어주기 대상이 된 것은 허술한 제도 때문이다. 여러 기관 가운데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 제한 조항을 적용받는 곳은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설공단, 부산테크노파크뿐이다. 나머지에는 시 출신 인사가 임명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임추위가 제기능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 공기업의 임추위는 시와 시의회, 해당 기관의 추천 인사로 구성되어 있어 견제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든 실정이다.

물론 능력이 출중하고 업무에 정통한 사람에 대해 단순히 시 퇴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기업 취업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해당 직무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 조직의 반발을 무시한 채 임원으로 낙점된다면 이 또한 끊어내야 할 적폐나 다름없다. 시는 안팎으로 비난을 받는 이 같은 시대착오적 낙하산식 인사 관행을 이제는 그만 둬야 한다. ‘탈관피아’ 인사 원칙은 서병수 시장이 취임 초기에 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