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월세 난민 국가’나 다름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1937만 가구 중 580만 가구(29.9%)가 전·월세를 주고 민간 임대주택을 빌려 살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 수는 595만 채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 당국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79만 채(13.2%)에 불과하다. 516만 채(86.8%)가 법적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보니 세입자들이 2년마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아파트 전셋값이 73%나 올랐다. 세입자들이 임대료가 싼 집을 찾아 떠도는 난민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그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이다. 이 방안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소득세 감면폭을 10% 늘리고,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최대 80%까지 깎아주며,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제도를 3년 연장하는 등 두 채 이상 다주택자를 겨냥한 ‘당근책’이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그동안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온 실질적인 대책들은 빠져 효과가 의문시된다. 전·월세 상승폭을 일정 수준(연 5%) 이하로 묶는 전·월세 상한제와 2년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난 뒤 세입자가 원하면 의무적으로 계약을 연장하도록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대표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제도도 배제됐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자발적인 임대주택 등록이 부진할 경우 2020년 이후 등록 의무제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어제 이런 연유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들 제도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금이 도입 적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새겨듣고 정책을 보완하기 바란다. 현재 서울의 평균 월세가 114만9000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라 할 만하다. 뼈 빠지게 번 돈의 상당액을 주택 임대료로 쏟아붓고 가난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언제까지 좌시하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