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년간 ‘옴부즈맨 칼럼’이라는 이 지면에 십여 차례 글을 투고했다. 이 칼럼은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여덟 명의 위원이 순번을 정해두고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독자의 시각에서 국제신문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칼럼이다. 아쉽지만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최대 2년이다. 새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독자권익위원회가 꾸려지므로 필자의 옴부즈맨 칼럼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음 한쪽에 안도감이 피어난다. 두 달마다 한 번씩 빚쟁이처럼 찾아오던 글쓰기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 까닭이다. 물론 섭섭함도 없을 수는 없다. 국제신문에 대해 시나브로 생겨난 정(情) 때문인 듯하다. 아무래도 ‘마지막’은 여느 때와는 달라야 하지 않나 싶다. 따라서 이번 칼럼은 국제신문에 대한 몇 가지 당부를 담아보았다.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정 떼기’를 위한 필자의 노력이라고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첫째, ‘옴부즈맨 칼럼’이라는 제목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본디 ‘옴부즈맨(ombudsman)’이란 스웨덴에서 유래된 용어다.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행정부가 아니라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불합리한 행정제도를 개선하는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과거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곳이 있었고, 현재는 국민권익위원회라는 곳이 있다. 특히 방송사에서 옴부즈맨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활발하게 쓰고 있다. 자사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청자의 비평들을 모아서 소위 ‘자기비판’을 하는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KBS1의 ‘TV비평 시청자데스크’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국제신문의 경우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이 쓰는 칼럼을 옴부즈맨 칼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외부 인사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의 글을 신문사의 ‘자기비판’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까닭이다.

둘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의 목소리에 대한 뚜렷한 메아리가 있었으면 한다. 위원들은 정기적으로 옴부즈맨 칼럼을 쓰기도 하지만 매월 국제신문의 기사들을 평가하는 회의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제기된 내용은 국제신문 지면에 실리고 있다. 신문사의 입장에서는 위원들의 목소리가 불편한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권익위원회의 활동이 무의미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불편한 소리조차도 민감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리고 위원들의 제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지면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독자권익위원회가 명목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셋째, 그런 의미에서 독자권익위원회에 신문사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현재 우리나라 신문법 제9조는 일간신문사들로 하여금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자문기구로 독자권익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자문기구라고 명기된 만큼 독자권익위원회는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독자권익위원회는 독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 나은 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재와 편집을 담당하는 기자들이 외부 인사들과 함께 위원회에 참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봄 직하다.

마지막으로, 독자권익위원회를 꾸린 이유는 신문제작에 독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권익위원회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만으로 독자들의 목소리를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의 목소리가 독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 많은 독자로부터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본다. 국제신문이 얼마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얼마나 많은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쉽게도 많은 신문사가 독자 프로파일마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소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떤 특성을 가진 독자들이 국제신문을 이용하고 있는지, 그들의 욕구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의 권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국제신문이 되기를 빈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