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어선 노후화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그럼에도 어선 현대화를 통한 개선 작업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선체 노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수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어선 사고와 인명 피해 위험성도 훨씬 높아지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국내 최대 수산항인 부산에는 관련 산업 종사자가 많은 데다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책이 절실하다.

국내 전체 어선 수는 정부의 감척 정책과 어민 고령화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배 나이’가 20년을 초과한 노후 어선은 1997년 7477척에서 2015년 1만1698척으로 늘었다. 1ｔ 이상 근해 어선은 2640척 중 33.8%가 낡았고, 대형선망어업의 경우 노후 어선이 92%에 이른다. 국내 어선 사고가 2014년 1029건에서 지난해 1794건으로 74% 증가했는데, 그 중 기관 손상에 의한 사고가 339건에서 755건으로 배 이상 급증한 게 이런 노후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어선 노후화는 조업 안전 및 대형사고 위험, 선내 복지공간 부족, 젊은 층 승선 기피, 유류 과다 소요 등의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새 배로의 대체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해양수산부가 2014년 시작한 어선 현대화 사업의 실태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노후 어선을 새로 지을 때 50%를 지원하는데, 지난해까지 이 사업 총예산(24억5000만 원) 중 집행된 게 800만 원에 불과하다니 말이다. 지난해에는 예산의 99%가 불용액으로 처리됐다. 업계의 소극적인 자세로 사업 신청 어선이 올해까지 51척에 그친 영향이 크지만, 해수부 또한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수산 선진국 일본이 2008년부터 ‘어업구조 개혁 프로젝트’로 어선 현대화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건 타산지석이다. 특히 어업인이 수익성 향상과 수산자원관리 등에 맞는 새로운 배 유형을 제시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 건조하는 방식이라 주목할 만하다. 선내 복지공간을 늘리고 안전성을 강화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조업 경쟁자인 일본은 이렇게 앞서 가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뒤처져 있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