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1월 한국 프로야구 대표팀은 제1회 한일 슈퍼게임을 위해 일본 도쿄로 향했다. 일본과의 대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본의 절대적인 우세였다. 프로야구 역사나 수준 면에서 두 나라는 비교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프로야구가 시작된 때는 1936년.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에야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 선수들을 더 주눅들게 한 것은 1차전이 열릴 도쿄돔이었다. 자국 내 최고 인기구단이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으로 사용하는 이 야구장은 1988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돔구장. 4만6000명을 수용한다는 규모도 엄청났지만 각종 시설 역시 최신식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잔디가 제대로 깔린 야구장도 찾기 힘들 때라 지붕까지 덮인 도쿄돔을 대하는 선수들은 하나 같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꼭 이런 분위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첫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 3-8로 지고 말았다.

돔구장은 날씨에 관계없이 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세계 최초의 돔구장은 1965년 미국의 휴스턴에 들어선 에스트로돔이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식 돔구장 1호는 1989년 캐나다 토론토에 건설된 로저스센터다. 현재 돔구장은 미국에 8개, 일본에 6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11월 문을 연 서울의 고척 스카이돔이 유일하다.

최근 부산에도 돔구장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가 시설이 낡은 사직야구장을 리모델링하는 대신 새 시설을 짓겠다는 방침을 밝히고나서부터다. 팬들은 부산이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도시인만큼 이번 기회에 명성에 걸맞은 시설을 지어 보자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관련 공청회를 여는 등 잰 발걸음을 놀리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폐쇄형 돔이면 3000억~3500억 원, 개폐식 돔이면 3500억~4000억 원의 건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어떤 방식의 돔이건 연간 운영비도 60억 원에서 최고 80억 원까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니 그 많은 돈을 들일 만큼 돔구장이 가치 있는 것이냐는 반대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야구장 같은 공공시설 건축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진행돼야 마땅하다.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없다면 뒤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