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형제복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국회에 권고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노숙인 고아 장애인 등 선량한 시민들을 강제 수용해놓고 폭행 강제노역 성폭행 살인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 인권 유린 사건이다. 12년간 500여 명이 숨지고, 일부 시신은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이 법안은 2014년 제19대 국회 때 입법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않아 20대 국회에 다시 상정됐다. 인권위의 권고는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과 피해보상에 늑장을 부리는 국회를 꼬집은 것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명백한 국가폭력이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 운영됐기 때문이다. 원장 박인근에게 매년 20억 원을 지원하며 사회적 약자의 격리 수용을 맡긴 것이다. 복지원 운영에는 부산시와 경찰도 관여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눈에 보이지 않도록 ‘인간 청소’를 한 셈이다.

형제복지원의 잔학상은 1987년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이에 반발한 원생 35명이 탈출하면서 일부 외부에 알려졌다. 하지만 원장은 횡령죄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을 뿐, 불법감금 폭행 살인 등 중대 범죄는 처벌은 물론 재판조차 받지 않았다. 당시 부산지검장이 이 사건을 맡았던 검사에게 축소수사를 지시하는 등 정부가 사회적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은폐한 탓이다. 그 후 사건은 흐지부지됐다가 2012년 피해자 한종선 씨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책을 내면서 다시 세상에 알려져 오늘에 이르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현재의 인권 문제’다. 피해조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거나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피해자들이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더는 특별법 제정을 미뤄선 안 된다. 과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의 치부에는 눈을 감으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일제 만행을 꾸짖는 건 위선이자 모순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아이들에게 도덕과 정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특별법을 제정해 위선자가 아님을 입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