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청이 갈사만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 탓에 재정 파탄 위기에 내몰렸다.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빚더미 위에 앉게 될 판이다. 과욕과 졸속에 어느 한 곳 견제 장치마저 작동하지 않았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2006년 일본의 유바리시와 2013년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파산이 남의 일이 아니었던 셈이다.

하동군청은 갈사산단 분양대금반환 등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 870여억 원을 물어줘야 할 입장이다. 게다가 20건에 달하는 각종 소송으로 추가 부담 가능성이 높은 채무까지 합하면 모두 1800억 원에 육박한다. 내년 군 예산 4559억 원 가운데 40%가량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군정이 최대의 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갈사산단 조성사업은 공공자금 382억 원과 민간자금 1조5588억 원 등 총 1조5970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다. 치적에 목마른 단체장의 ‘묻지마’식 개발사업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하동군의회나 경남도, 중앙정부는 뭘 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동군청만의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과욕은 무리수를 낳는 법이다. 세계적 조선경기 침체 여파가 닥치자 거품이 빠졌다. 사업은 원하는 대로 진척되지 않고 지지부진했다. 애초 사업자로 지정한 특수목적법인의 권리와 의무를 군청이 떠안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허위로 서류를 꾸미고, 이것이 소송 패소의 빌미가 됐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싶다.

하동군청은 경비 절감과 간부 공무원 봉급 인상분 반납 등 비상 계획을 세웠다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갈사산단 조성사업을 원점부터 재진단하더라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 몫이다. 이번 사안의 경위와 책임을 낱낱이 가려 ‘실패 백서’를 만들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내년 6월 또 지방자치선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