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등장으로 복지분야 정책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기초연금액을 내년부터 25만 원까지 늘리고 치매국가책임제를 실시하며 아동수당이 신규로 도입되어 국민 삶의 질도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회보장과 관련된 많은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분담하게 되어 있어 지자체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 등 다수의 사회정책이 중앙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지방자치단체는 집행만 하게 되어 ‘부담만 있고 참여는 없는’ 현실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국정 참여가 보장된 대표적 사례로 독일의 상원인 연방평의회(Bundesrat)를 들 수 있다. 하원인 연방의회(Bundestag)와 함께 독일의 양원을 구성하고 있다. 각 주 정부에서 파견되는 대표로 구성된 연방평의회는 지역과 관련되는 모든 의제를 반드시 심의하고 연방의회와 더불어 입법 기능도 수행한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각 지역 대표부들로 구성되는 연방평의원들이 지역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배제하며 지역을 발전시키는 안을 통과시키게 된다. 소수지역의 문제도 지역 통합의 관점에서 다루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가 요구된다. 양원내각제의 독일은 국가의 정책 결정에 지역이 참여하는 국정 거버넌스의 정치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식의 지역 대표성을 갖는 상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단원제에서 양원제로 전환된 나라가 드물고 국회 및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낮은 우리 현실에서 개념까지 생소한 상원까지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지방분권이 포함된 개헌을 내년 지방선거까지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몇 차례 개헌 공약 준수의 입장을 변함없이 천명한 바가 있다. 국회에서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양원제 문제도 포함된 개헌과 관련된 의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이를 보면 정치 권력 및 정부 형태와 관련된 대부분의 의제는 각 정파 간에 차이가 극명하여 합의가 어렵고 지방분권과 관련된 의제 역시 통일된 의견을 내기 쉽지 않겠지만 지방자치국가 정체성 도입과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로 명칭 변경을 담은 개헌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방분권과 관련하여 그동안 분권운동 진영에서는 시도지사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지난 대선에 안희정 후보가 제안한 제2국무회의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 중의 하나가 되었다. 제2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국무총리 및 17명 시장·도지사, 그리고 행자부와 기재부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체로 제안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일본의 지방분권추진법 등에서 언급되는 대로 대등-협력의 관계이고 이 같은 관계는 대부분 민주국가 헌법 체계에서 존중되는 가치이며 2006년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판시에도 분명히 밝혀진 사항이다. 따라서 제2국무회의에서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의장이 되어 대등-협력 관계의 시장·도지사를 통할한다는 것이 헌법적으로 적절한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제2국무회의 대신 필자는 지역장관제를 주장하고 싶다. 지역장관제는 17개 시·도를 3개의 초광역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을 대표하는 시장·도지사를 장관으로 임명하여 현재의 국무회의에 참여시키자는 입장이다.

북부 초광역권에는 서울 인천 경기 강원이, 중부 초광역권에는 대전 세종 충남북 대구 경북이, 남부 초광역권에는 전남북 부산 경남 제주가 포함된다. 각 권역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초광역 성장벨트 구축으로 사회경제적 이익도 공유하면서 지역과 각 권역을 대표하여 시장·도지사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국정에 국무위원으로 참여하여 지역의 이익을 반영하는 구조이다.

지역장관제는 영국이 과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심각한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국정을 운영하고자 도입한 제도이며 지금도 내각에 지역 관련 대표를 두고 국가-지역 간 거버넌스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장관제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가 국정에 잘 전달되고 협의가 이뤄지는 보다 분권적 민주사회로 발전하기를 희망해본다.

신라대 교수·기획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