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을 잃은 기존 한국 최대 항만을 리모델링해 원도심을 살리고 부산의 미래 성장 중심지로 삼는다는 원대한 계획이 바로 북항 재개발사업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입안됐고,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12월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만인 내년 하반기에 이 사업의 필수 교통시설인 충장로 지하차도가 착공된다. 그런데 공사기간 3년 동안 이용할 우회도로가 없어 원도심 일대 극심한 교통난이 불 보듯 뻔하다고 한다. 귀를 의심케하는 황당한 소식이다.

2300억 원이 투입되는 충장로 지하차도는 1부두에서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앞까지 총길이 1.98㎞, 너비 50~60m(8~10차로) 상부도로 아래에 길이 1.87㎞, 너비 19.3m(4차로) 규모로 건설된다.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내년이면 10년째다. 2008년 북항 재개발 교통영향평가 결과 통과차량과 재개발지역 진출입 차량을 분리할 지하차도 없이는 일 평균 16만 대의 차량으로 인한 교통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 것이 시초다. 이후 2012년 정부예산에 설계비 16억 원이 반영됨으로써 무난히 첫 단추를 끼운 듯했다.

하지만 두 번째 단추부터 어그러졌다. 관련 기관들이 우회도로 확보에는 손을 놓은 것이다. 공사 기간 충장로 양쪽 1, 2개 차로 외에는 모두 막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피해 갈 길이 없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애초 재개발지역 내에 임시우회로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교량 건설 부담때문에 포기했다. 부산항만공사(BPA) 역시 재개발지역 내 중심도로 공사를 내년 9월께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하차도와 공사기간이 겹친다. 그 기간 중앙대로는 교통지옥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결국 BPA와 부산해수청 등이 안일한 행정을 펼친 셈이다. 충장로 지하차도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고 시민 불편 최소화라는 점까지 생각했다면 착공 전에 미리 재개발지역 내 도로를 완공해 우회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것은 기본 아닌가. 늦어도 한참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재개발지역 내 도로 조기착공, 복공판 설치를 통한 차량 통행 방안 강구 등 가능한 모든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