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전통시장 상인회에서 각종 비리와 잡음이 끊임없이 나오는 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사업권 등을 악용한 일부 상인회와 그 간부들의 비행이 전통시장 전체 이미지를 훼손하고 대다수 선량한 상인에게도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다. 가뜩이나 불경기와 대형유통매장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상인회 비리는 없어야 겠기에 하는 말이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부산 북구 모 전통시장의 상인회 회장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시장 축제 때 팔도먹거리 장터의 운영권을 조직폭력배에게 넘겨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도 없었으니, 관련 회계가 제대로 됐을 리 만무하다. 북구 축제조직위원회가 2013년부터 먹거리 장터 운영권을 상인회에 넘겨준 이후 이런 일이 터진 걸 보면, 구청 측도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

사실, 상인회의 비리 개연성은 상존해 왔다. 전통시장 육성 특별법에 따라 상인회에 여러 사업이 위탁되거나 국가보조금 등이 지급되는데, 상인회를 견제할 수단과 제도적 장치는 없기 때문이다.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년 전 부산 중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이 상인회 공영주차장 운영 수익금과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사건이나, 올해 초 다른 시장의 상인회장이 억대 광고협찬금을 업체에 요구한 일 등으로 입건된 사건도 그런 요인에서다.

문제의 근원은 상인회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 상인회는 회장과 극소수 임원 위주로 운영되면서 비리 발생의 우려가 높다. 더욱이 자치단체가 구청장 선거를 의식해 상인회 위탁사업의 관리감독에 뒷짐을 지거나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상인회의 비리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외부 감사제나 법인화 등의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