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설화(舌禍)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표준국어대사전은 설화(舌禍)의 뜻을 ‘연설이나 강연 따위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이라 정의한다. ‘혀를 잘못 놀려 입는 화’라는 말이다. 국내 정치인들이 ‘설화’를 당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노라면 동서양의 차이도 별로 없는 것 같다.

   
39세의 ‘젊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설화의 당사자’ 역을 피해가지 못했다. ‘무대’는 첫 해외순방지인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그는 지난 28일 한 대학에서 강연하던 중 “대통령이 나가시네요. 에어컨을 고치러 가시는 모양입니다”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부르키나파소의 로슈 마크 크리스티앙 카보레 대통령이 갑자기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고 던진 말인데, 이게 설화로 비화됐다. 프랑스 야당 정치인들이 “아프리카를 무시한 외교적 결례, 철없는 행동”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카보레 대통령은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사실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죽임까지 당한 비극적 설화의 주인공 또한 인류사에는 적지 않다. 그 원조는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399년)가 아닐까 싶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이라는 특유의 대화법으로 제자들과 광장에서 ‘말의 향연’을 펼치다가 못마땅해하던 정치세력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설화를 일으키지 않기로 유명하다. 상하이시 공산당서기 시절(2007년 3~10월) 모든 연설과 공식 석상의 말을 수첩에 적어놓은 것 외에 하지 않았고, 내용도 미리 꼼꼼히 점검했다는 이야기는 그의 신중함을 전하는 대표적인 일례다. 사람들은 당시 그의 신중한 언행을 두고 ‘풍채가 없고 특징도 없고 강직함도 없었지만 지나침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런 시 주석도 최근 ‘작은 설화’를 일으켰다. 지난 10월 18일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지나치게’ 길다고 할 수 있는 3시간24분간 연설 함으로써 ‘지나침도 없었다’는 이전의 평가를 무색게 한 것이다.

말 실수 때문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아 당하는 설화도 있다. 미얀마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다. 교황은 대중연설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악에 대한 침묵은 용인’이라는 것이다. 혀를 잘못 놀려도 화를 입지만, 안 놀려도 화를 당하는 세상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6·13 선거쟁점 지상토론
기장 해수담수화시설
주목 이 공약
여성 등 소외계층 분야 정책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토지’에서 부산의 문화예술을 떠올리다
기내식과 문어발, 그리고 ‘총수님’의 갑질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북항에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면
도심, 걸을 수 있어야 빛나는 곳
기고 [전체보기]
걷기, 100세 건강 지켜줄 최고 처방전 /이용성
부울경 통합관광기구 만들자 /김건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동산 이젠 출구전략을 /민건태
기초의원 자질 키우자 /김봉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워라밸·스라밸, 삶의 균형은 있는가
외교는 전쟁보다 어렵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납세자로서의 유권자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대구 너무 다른 식수대응 /조민희
오 시장, 反徐(반서) 프레임 넘어라 /이선정
도청도설 [전체보기]
보물선
고대 바이러스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작지만 매력 많은 동네책방
설악당 무산 스님의 원적(圓寂)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공직자의 침묵
부산 여당의 과적 운항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高手의 질문법
사설 [전체보기]
세계수산대학 유치 난관 뚫고 반드시 성사 시켜야
문 정부에 보다 본질적 개혁 요구한 지식인 선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변화의 필요성과 소득주도 성장
고독사 문제의 근원적 해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공룡 기무사의 월권 불감증
부울경 상생, 신기루가 안 되려면
특별기고 [전체보기]
갑질과 배려- 6년간의 부산상의 회장직을 떠나며 /조성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