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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설화(舌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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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은 설화(舌禍)의 뜻을 ‘연설이나 강연 따위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이라 정의한다. ‘혀를 잘못 놀려 입는 화’라는 말이다. 국내 정치인들이 ‘설화’를 당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노라면 동서양의 차이도 별로 없는 것 같다.

   
39세의 ‘젊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도 ‘설화의 당사자’ 역을 피해가지 못했다. ‘무대’는 첫 해외순방지인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그는 지난 28일 한 대학에서 강연하던 중 “대통령이 나가시네요. 에어컨을 고치러 가시는 모양입니다”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부르키나파소의 로슈 마크 크리스티앙 카보레 대통령이 갑자기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고 던진 말인데, 이게 설화로 비화됐다. 프랑스 야당 정치인들이 “아프리카를 무시한 외교적 결례, 철없는 행동”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카보레 대통령은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이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사실 이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죽임까지 당한 비극적 설화의 주인공 또한 인류사에는 적지 않다. 그 원조는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399년)가 아닐까 싶다. 소크라테스는 ‘산파술’이라는 특유의 대화법으로 제자들과 광장에서 ‘말의 향연’을 펼치다가 못마땅해하던 정치세력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반면, 중국 시진핑 주석은 설화를 일으키지 않기로 유명하다. 상하이시 공산당서기 시절(2007년 3~10월) 모든 연설과 공식 석상의 말을 수첩에 적어놓은 것 외에 하지 않았고, 내용도 미리 꼼꼼히 점검했다는 이야기는 그의 신중함을 전하는 대표적인 일례다. 사람들은 당시 그의 신중한 언행을 두고 ‘풍채가 없고 특징도 없고 강직함도 없었지만 지나침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런 시 주석도 최근 ‘작은 설화’를 일으켰다. 지난 10월 18일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지나치게’ 길다고 할 수 있는 3시간24분간 연설 함으로써 ‘지나침도 없었다’는 이전의 평가를 무색게 한 것이다.

말 실수 때문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아 당하는 설화도 있다. 미얀마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다. 교황은 대중연설에서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악에 대한 침묵은 용인’이라는 것이다. 혀를 잘못 놀려도 화를 입지만, 안 놀려도 화를 당하는 세상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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