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인공지능(AI)일 것이다. 딥러닝기법으로 바둑을 배운 AI 알파고가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장면을 보고, 우린 이젠 AI가 신의 경지에 오른 완벽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도의 완벽한 딥러닝의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는 AI도 결국은 하드웨어적으로 핵심 기억소자가 있어야 하고 이 기억소자는 반도체 실리콘(Si) 재료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가능하다.
AI 뿐만 아니라 IoT ICT 등의 세계를 구현할 최첨단 반도체 소자에 들어가는 Si는 결정 구조적으로 결함(불순물)이 거의 없는 단결정(single crystal)을 사용해야 한다. 최고의 반도체 회사는 고순도의 Si 정제기술, 대형 Si 기판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삼성, LG, SK 하이닉스가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어 현재 세계 초일류 반도체 제조 회사로 우뚝 섰다.
이런 핵심소재인 단결정 Si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Si가 함유된 양질의 원광석을 확보하고 이를 고온에서 용융시키면서 불순물이 거의 없는 용탕을 제조해야 한다. 이후 이 고온 Si 용탕을 단결정성장법이라는 공정을 사용하여 응고시켜 Si 괴(인곳, ingot)를 제조한다. 이 인곳을 적당한 두께로 자르면, 이를 Si 웨이퍼라 하고 여기에 각종 연마, 식각, 코팅, 등의 공정을 사용하여 전기회로를 만들어 넣는다. 결함이 없는 완벽한 Si 기판은 완벽한 전기회로를 만들게 되고 이를 통해 완벽한 논리 연산이 되게 만든다.
그런데 완벽하다고 한 단결정 Si 기판은 정말 완벽할까. 사실 100% 완벽하지는 않다. 이는 재료공학적으로도 설명되는데 재료를 구성하는 원자가 결정학적으로 완전한 제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온도가 상승하면 원자 진동이 생기고 재료 내부에는 공공(vacancy)이라는 결함이 생기게 된다. 즉 정해진 자리에서 원자가 빠진 결함이 생긴다. 거의 완벽한 Si 기판도 결국은 결함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하게도 어렵게 제조한 단결정 Si는 그 상태로 바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여기에 불순물 처리를 해야지 첨단 IT 기기나 IoT, AI에 사용할 수 가 있다.
최첨단 IT소자 재료인 Si칩이 불순물 제어 기술로 만드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철(강철, Steel)은 불순물 제어 기술의 총아이다.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철은 너무 약하고 부식이 잘되어 칼 포크 등 주방용품, 호미 낫등 농기구, 첨단 자동차부품으로 사용할 수 없다. 용도에 따라 적절한 불순물이 들어가야, 합금화가 되어야 소재의 특성이 더욱 우수해진다.
한편 자연 상에서 얻는 재료, 즉 광물은 순도가 아주 높고 결정성이 높게 되면 가치가 높은 보석으로 취급된다. 고순도 탄소는 초고온 초고압에서 높은 결정성(단결정)을 가지게 되고, 최고가의 투명·영롱한 다이아몬드 보석이 된다. 그런데 이 투명한 탄소결정체에 불순물로 붕소(B)가 들어가면 청색 다이아몬드가 되고 질소(N)이 들어가면 노란 다이아몬드가 되어 오히려 그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불순물이 더 가치를 높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완벽한 사회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완벽한 사회 구조는 결국은 모든 구성원이 완벽하게 통제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즉 결함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DNA도 배열상의 결함을 가지고 있고, AI도 불순물이 들어간 Si 반도체에서 만들어지듯이 완벽함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강철은 순수한 철에 불순물에 첨가에 의해 더 우수한 특성을 만들어내고, 다이아몬드도 불순물이 첨가될 때 그 희소성으로 더 가치가 있듯이 다양성이 확보될 때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도 결국은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더욱 다양성을 확보할 때 완벽한 사회가 되는 것을 알려준다. 완벽한 재료가 절대 만들어질 수 없듯이.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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