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낙동강 수계법’으로 불리는 ‘낙동강 수계 물 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2002년 1월이다. 정부가 오염물질 배출 시설 제한과 수질개선 사업을 통한 효과적인 낙동강 수질 관리를 위해 만들었다. 법에 따라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5개 지자체는 환경부 관할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에 매년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해왔다. 수질 개선에 사용한다는 명분이었다. 지난 15년간 투입된 부담금은 부산 6680억 원을 비롯해 총 2조8160억 원이다. 하지만 그러고도 수질은 더 나빠졌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최근 부산지역 주요 취수원인 물금취수장의 원수 수질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2002년 5.8㎎ /ℓ이던 COD(화학적산소요구량)가 올해 9월 기준 6.3㎎ /ℓ로 더 높아진 것이다.

난분해성 유기물질에 의한 오염도를 뜻하는 COD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은 수질이 질적인 면에서 퇴보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투입된 천문학적인 부담금이 무용지물이었고, 낙동강 수질개선 사업은 헛물만 켠 셈이다.

사태의 근본 원인은 허점 투성이 ‘낙동강 수계법’에 있다. 특히 수질오염 주요 지표인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T-P(총인) 등의 수치를 낮추면 낮춘 만큼 오염할당량에 맞춰 낙동강 수계 일대 개발을 일정부분 허용하는 수질오염총량제가 문제다. 실제로 법 제정 전 100개소 6882만 ㎡ 규모이던 낙동강 인근 공단은 현재 217개소 1억3317만 ㎡로 배 이상 급증했다. 지자체별로 오염할당량만 맞추면 낙동강 주변 공단 개발의 길을 터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애초 법 제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결과다.

게다가 수계법 상 수질오염총량제 관리 항목에 COD가 빠져 있는 것도 전체 낙동강 수질을 악화시켰다. 빽빽하게 들어선 공장들이 배출한 난분해성 유기물질이 본류로 마구 흘러들도록 법과 탁상행정이 방치한 꼴이다. 결과적으로 부산시민은 가장 많은 물이용부담금을 내고도 더 나빠진 식수를 마시고 있다. 낙동강 수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