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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보수의 판갈이, 세대교체 불가피하다 /소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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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19 18:58:5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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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결국 갈라졌다. 20명의 국회의원 중 9명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지난 1월 24일 창당한 바른정당은 11명의 국회의원만이 남게 되어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유승민 대표 체제로 새 출발한 바른정당은 날씨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보수의 재편, 거듭남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116석이 되면서 덩치가 커졌다. 국회의원 숫자로만 보면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대표주자이다. 그러나 선뜻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많다.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믿음직한 보수 세력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성-쇄신-거듭남, 이 과정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밟지 않고 있다. 탄핵 이후 누구라도 반성하며 기득권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친박-비박이 싸운다. 홍준표 대표가 지금껏 보여준 모습도 ‘신뢰할 만한 리더’와는 거리가 있다. 지지도는 20%에도 못 미친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를 뚜렷하게 부각하는 데에 실패했다. ‘개혁 보수’ 실체는 모호하다. 유승민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다음 달까지 ‘통합’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여차하면 2차 탈당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앞날이 안개 속이다.

혼돈을 겪는 보수 세력을 보면서 중국 ‘시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精金百鍊出紅爐(정금백련출홍로, 좋은 쇠는 화로에서 백 번 단련된 다음에야 나오고), 梅經寒苦發靑香(매경한고발청향,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겪은 뒤에야 맑은 향기를 내뿜으며), 人涉艱難顯基節(인섭간난현기절,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그 절개가 드러난다)'. 보수의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추위를 덜 겪었다. 덜 단련됐다. 자유한국당은 믿음이 안 가고 바른정당은 불안정하다.

자유한국당은 ‘통합’ 뒤에 ‘혁신’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모습으로는 수권 세력이 될 수 없다. 확장성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이런 강력한 개혁 작업을 주도할 인물이나 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근본적인 한계가 엿보인다. 중도 보수 세력을 끌어안기에는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대해 각을 세웠으나 스스로 보여준 것은 없다. 혁신하지 않았다. 눈보라 치는 벌판을 헤쳐 나가는 결기가 부족했다. 저마다 셈법이 다르다. 가치를 공유할 시간도 부족했다. 국민의당과 정책 연대 등을 통해 ‘중도 세력화’를 하는 데 성공한다면 새 미래가 열릴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비슷한 운명에 놓여 있는 유승민-안철수 두 사람은 ‘중도를 내세운 보수의 판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치적 야심이 큰 두 사람이 마음을 비우면서 과연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스스로 변하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는 결국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기존 보수 세력도 정치적으로는 탄핵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탄핵에 반대했는가, 찬성했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탄핵에 찬성했다고 해서, 나는 친박이 아니라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반성하면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적인 책임의 문제도 있지만 상상력의 빈곤과 한계라는 문화적인 측면도 있다. 기존 보수 세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보수 세력의 세대교체, 판갈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기존 세력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 움을 틔우기 위한 마중물, 노둣돌 역할을 할 때가 됐다.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판갈이를 위한, 세대교체를 위한 마당을 만들고 퇴장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거름론’이라고 할 수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결국 새로운 인물들은 새로운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상식적이며 민주적인 사고를 하는 20~50대 ‘신진 보수’에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기존 보수 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누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아니면 보수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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