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거나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되어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을 창립한 클라우스 슈밥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의 속도와 파급효과는 이전의 혁명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할 것이다”라며 복잡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서막을 알렸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 전반을 디지털 환경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구조로 정렬해 나가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이다”고 강조하며 체질개선에 나서는 등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도 지난달 “삼성은 이제 데이터 회사이다”라는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하여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구분을 넘어 데이터 회사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금융업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핀테크발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면서 빌 게이츠가 언급한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에 기반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가 계속 증가할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일상생활과 금융을 상시적으로 결합한 임베디드 뱅킹(imbedded banking)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우리는 금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기업이다”고 선언하며 전체직원의 1/4을 IT 인력으로 대체한 것은 다가올 금융업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분명 기업의 운명이 뒤바뀌는 시기다. 조직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갖추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누구보다 빨리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서야 한다. 이제는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속도가 느리면 좀 더디게 가면 되지만 방향이 틀리면 완전히 잘못된 길을 가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BNK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지금은 지나온 50년을 넘어서 백년대계를 그려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금융업 패러다임의 변곡점에서 자칫 방향을 잃고 거센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룹의 장래를 결코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룹의 백년대계는 잘못된 이익을 좇지 않으며 단기성과 주의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철저히 수립해 나갈 생각이다. 경영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조언처럼 무엇이 옳은 일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백년대계 위원회를 출범시켜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직의 낡은 관행을 개선하여 그룹이 선진화된 미래경영체제를 갖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라는 말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으로써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세상에 대응한다는 뜻으로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찌민이 한 말이다. 지금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고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결코 바뀌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어느 시대나 어떤 환경에서도 ‘보이지 않는 자산(invisible asset)’인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성장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지역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하지만 힘든 시기일수록 오히려 미래를 위하여 사람에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것도,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해내야 하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업경영의 지향점은 여전히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지역의 많은 기업이 저성장의 파고를 넘고 디지털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 함께 보이지 않는 자산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BNK 금융지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