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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거제 정치인 왜 이러나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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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정치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가 있다면 단연 경남 거제시다. 인구 25만 명에 불과한 섬이지만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명성 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김영삼 전 대통령(1927~2015)은 장목면 대계마을 출신이다. 당연히 ‘정치 명당’으로 떠오르면서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근데 이런 거제시가 요즘 시끄럽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이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리고 구설에 오르는 등 스스로 품격을 낮춰버렸기 때문이다. 시·도의원들이 바로 그들이고, 전·현직 안 가리고 여야가 따로 없다.

최근 불거진 유람선 로비 사건은 지역 정치인들이 조폭 출신이라는 사람에게 휘둘리면서 골목정치 수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조폭 출신이라고 자처한 장모(64·구속) 씨가 지심도 유람선 사업 허가를 위해 지역 유력 정치인들과 접촉하고, 이들이 로비에 연루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변광룡 거제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장 씨의 향응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개혁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거제시장 민주당 유력주자로 거론되던 김해연 전 도의원도 접대받은 사실이 드러나 정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선과 내년 시장선거를 준비 중인 이들이 조폭을 자처한 장 씨와 가진 첫 자리이자 술자리에서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선배처럼 모신 녹취록을 들어보면 실소마저 나온다. 이들의 만남을 중개한 한기수(노동당) 시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예고했다. 장 씨와 함께 로비 창구 역할을 했던 김모 전 시의원은 구속됐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김대봉 시의원이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를 들이받아 불구속 입건 상태다. 지난 4월 치러진 재·보선을 통해 시의회에 들어온 지 불과 6개월여 만이라 ‘끓기도 전에 넘쳐버렸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그는 “무겁게 반성하고 있다”고 고개 숙였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불미스러운 행태는 야권도 예외가 아니다. 황종명(자유한국당·거제 3) 경남도의원은 지난 8일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당했다.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거제 조선기자재업체의 법인자금 수억 원을 빼돌린 혐의와 공장 건설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타인 명의로 등기, 부동산 실명제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거제시의회 의장을 거친 도의원으로 내년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거제시장 후보로 거론돼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당 김창규 경남도의원(거제 2)은 지난달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전세버스 업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수자들이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역을 이끌어 나갈 유력 정치인들이 이처럼 낯뜨거운 행태와 범죄 혐의 등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자 시민들은 “거제시민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라며 격앙하고 있다. 실망감은 극에 달했고, ‘정치 명당’이라는 자존심도 큰 상처를 입었다. 급기야 거제시의회는 지난 10일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전·현직 시의원들이 연루돼 시민께 걱정을 끼쳐 드렸다. 겸손한 자세로 거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결코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지역 정치권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고 각성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 명당’의 자존심 회복도 물론이다.

사회2부 부장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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