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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국내 원전의 지진 안전성 /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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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13 18:48:4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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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우리 사회의 대형 갈등 현안을 일반 시민의 참여와 숙의 과정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은 민주주의의 한 단계 발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중대 사안의 결정은 미래 우리 사회의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

원전의 안전은 다양한 측면에서 위협받을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경험한 지진과 같은 자연적 요인뿐만 아니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이 인간의 실수나 관리 부실에 의해서도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부산 기장군 5기, 울산 울주군 1기(3기 건설 중), 경북 경주시 6기와 울진군 6기, 전남 영광군 6기로 총 24기가 현재 가동 중이다.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군의 한빛원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동해안, 특히 동남권에 집중 분포한다. 이들 원전 중 최근 건설된 신고리 3,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는 최대지반 가속도 0.3g(규모 약 7.0)으로 내진 설계되어 있으나, 나머지 원전들은 모두 0.2g(규모 약 6.5)으로 설계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잠재 지진 규모는 계기와 역사 지진 그리고 활성단층 자료로부터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현대식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약 40년 동안 아홉 번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중 네 번은 경주와 울산 일원에서 발생하였으며, 보다 규모가 작은 지진들도 이곳에 집중된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AD 2년 이래로 2000회 이상의 유감 지진이 우리나라에 발생했다. 이들 중 10개 이상은 규모 6.0 이상의 지진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1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으며, 1643년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은 땅이 갈라지고 바닷물이 솟구쳐 올랐다는 기록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성첩이 무너지는 등의 피해가 있었음이 장계(狀啓)로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들 지진이 현대의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7.0에 가까운 강진이었으며, 대략 500년 내외의 발생주기를 가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의 활성 단층 조사는 원전이 처음 계획된 1970년대보다 훨씬 늦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 가장 최근의 지질시대인 제4기에 운동했고 미래에 다시 운동해 지진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 단층으로 정의되는 활성단층은 대부분 경북 영덕에서부터 울산시까지 동남권 해안 근처에서 발견되며 이들 중 많은 단층은 규모 6.5 이상의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우리나라 동남권은 규모 7.0에 가까운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특히 포항-경주 일원과 울산 동구 해안가 지역은 약 1000만 년 전까지도 바닷속에 잠겨 있었던 곳으로 이후 지각 변동으로 융기되면서 젊은 단층이 많이 만들어져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큰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곳 원전들은 최대 잠재 지진 규모 7.0에 의한 지반가속도(약 0.3g)에 못 미치는 0.2g의 내진설곗값을 가진 노후된 원전이 대부분이다.
17세기께 우리나라에 대형 지진이 다발로 발생하였으며 그 발생주기가 약 500년 전후로 평가되고 있어, 이 땅의 미래 세대가 강진을 겪을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웃 일본에서 흔히 발생하는 초대형 지진이 우리나라에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판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규모 7.0 이상의 지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 때문에 0.2g으로 건설된 기존 원전들을 규모 7.0에 해당하는 0.3g 이상으로 신속히 내진 보강하고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은 차례로 폐기해간다면 지진에 의한 재앙 가능성은 매우 감소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탈핵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수준과 불확실성 그리고 미래 안정된 에너지 수급을 고려하면 규모 7.0 이상의 지진에도 안전한 원전건설에 대한 기술 확보도 병행함이 옳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한수원의 신고리 5, 6호기 핵심 설비의 내진성능 강화(0.5g) 발표는 반갑게 받아들여진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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