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청약조정대상지역 6개 구(해운대·남·수영·동래·연산·부산진)의 아파트에 대해 ‘소유권 등기 시’까지 전매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나오면서, 지역 부동산 업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규제지역 6개 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부동산 연관 업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서울의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부산 지역의 전매제한 규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집값 안정을 위한 ‘명분’ 속에 부산의 아파트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히려 이번 조치를 반기는 쪽도 있다. 아파트 실수요자들이다. 지난 10일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30대 신혼부부의 가장은 기대감을 보였다. 그동안 부산지역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지나칠 정도로 높아 청약에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의 전셋집에 살고 있는 이 가장은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의 방침을 반기고 있다. 전셋집에서 벗어나 학군이 좋은 동래구나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남구 등의 아파트 청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장군 일광면의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에 성공한 한 30대 남성도 마찬가지. 그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기쁘지만, 오히려 낮은 경쟁률을 보여 아파트 주변 여건 등이 나쁜 점이 반영된 것 같아 불안감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현장에서는 서로 상반된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게다가 비정상적인 아파트 가격 인상을 조장하는 이른바 투기 수요가 이번 대책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조치가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지도록 해서는 곤란하다. 빈대 잡자고 초가 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부산은 주력산업인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가 맥을 못추고 있다. 그나마 건설 경기로 겨우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 상공계의 한 인사는 “건설경기마저 급격히 얼어붙는다면 부산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대책 이후의 시장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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