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去來兮(귀거래혜·돌아가리라) / 田園將蕪 (전원장무·전원이 장차 거칠어져 가는데)/ 胡不歸(호불귀·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로 시작되는 귀거래사는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속세와 연을 끊고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할 때 흔히 인용되는 글이다.

근래 부산의 한 작가가 쓴 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국 주요 일간지 지면을 장식해 지역 문단에서 ‘반갑지만 슬픈’ 화제가 됐다. 7년째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정태규(59) 소설가가 쓴 병상일기 겸 작품집 ‘당신은 모를 것이다’이다. 근육 수축과 경화가 극에 달해 결국 눈동자 굴리기, 눈 깜박이기 정도만 할 수 있게 된 작가가 ‘안구 마우스’의 도움을 받아 수만 번의 눈동자 굴리기와 깜박임으로 썼다. 부산 문인들이 정성을 모아 전달한 안구 마우스에 대해 작가는 “기도에 대한 응답처럼 내게 왔다”고 감사해 했다. 이 책을 일컬어 이해인 수녀, 김용택 시인, 이현세 만화가 등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비 같은 사람’ 정태규가 쓴 ‘삶의 긍정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의 노래’라고 했다.

또 있다. 이 책은 ‘나는 그대 떠난 빈집의 그 깊은 마당가에 선 한 그루 감나무이고 싶다’고 노래한 정태규가 못 다 부른 ‘귀거래사’이다. 책의 3부에는 고향 마을과 초등학교 시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절절하다. ‘교실에 걸린 그림, …(중략) 탱자나무 울타리에 달린 노오란 탱자 열매…. 지금의 나를 이룬 건 그것들이었을 게다’. 이 대목에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으나 갈 수 없는 작가의 심경을 읽는다. 정 작가의 고향사랑은 이메일에도 나타난다. ‘ssangbaek@’.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경남 합천군 쌍백면을 가리킨다. 책의 끝머리에 수록된 ‘함박꽃밭의 축제’에 그의 쌍백 이야기가 흐벅지다. 소설가 이미욱이 ‘감성적인 야수’라 불렀던 정태규가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나 “나 돌아갈래”라며 쓰는 진짜 ‘귀거래사 ’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