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은 3분기 한국 경제가 전분기 대비 1.4% 성장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과 추석 연휴를 앞둔 밀어내기 수출이라는 특수 상황, 여기에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는 하지만 ‘깜짝’ 성장임에는 틀림없다. 남은 4분기 성장률이 0%에 머물더라도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성장률은 3%를 돌파하게 된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성장률 3%대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됐다.

같은 날 부산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자료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역 유통업체 19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소매유통업경기전망인데 추석 황금연휴, 부산국제영화제, 원아시아페스티벌 등의 호재에도 유통업 BSI(경기전망지수)가 85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는 것이다. 지역 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2015년 4분기 95를 기록한 뒤 9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나흘 뒤 한국은행은 소비자동향조사를 통해 부산의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0으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국 CCSI가 109.2로 1.5포인트 반등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전국 CCSI는 지난 9월부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산의 CCSI는 지난 7월 109.0에서 8월 106.9, 9월 106.2로 떨어진 데 이어 석 달째 내리막세를 보였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생활형편에 대한 판단과 6개월 뒤 경기에 대한 전망에서도 전국은 개선된 반면 부산은 오히려 악화됐다. 주식 시장에서도 부산 상장사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2500을 넘기는 등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산의 상장사들의 주요 증시 지표는 오히려 급락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증시 호황을 이끌고 있는 IT·제약·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 관련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산은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를 강타한 조선업 위기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주력업종인 조선기자재가 휘청거리면서 지역 내 주요 산업단지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부품업체 역시 현대자동차 등의 실적 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10·24 부동산대책은 그나마 부산 경제를 떠받쳐오던 주택 등 건설경기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벌써 그런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14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감안하더라도 주택 공급 불균형으로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부산 경제의 침체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국내 경기의 회복 흐름 속에서도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근의 부산 경제 상황은 여러 면에서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내년 3월 임기(3년)가 시작되는 부산상의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선거전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발제조업체 와이씨텍의 박수관 회장과 단조회사 태웅의 허용도 회장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 ‘세몰이’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부산상의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바람 앞의 등불’ 신세인 부산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차기 회장에게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문재인 정부 들어 급변하는 기업 경영환경에 대처하는 것도 상의의 몫이다. 더욱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유명무실화되면서 대한상의가 정부에 재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대표 창구가 됐다. 부산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수석부회장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현재 진행 중인 ‘적폐 청산’을 경제계로까지 확대할 뜻을 밝힘으로써 지역 산업계에도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칠지 모르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한 지역 중견 기업인은 “상의 회장 자리가 개인의 ‘감투’가 되기엔 지금의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말로 회장 선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인들뿐만아니라 일반 시민 모두가 상의 회장 선거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