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론을 통해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이나 MIT 그리고 중국의 칭화대학이나 베이징대학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들의 매출액이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 국가의 GDP와 맞먹고, 이들이 창출해 내는 일자리 숫자 또한 상당하다는 기사를 가끔 접한다. 이럴 때마다 이들 대학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들의 수백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 현실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하곤 한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대학 출신들의 R&D 생산성이 높은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R&D 활동 전 과정에 걸쳐 권리성이 강한 지식재산권(지재권)을 창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지재권이 거래되거나 활용되는 시장 또한 그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R&D를 지재권, 더 나아가 표준까지 연계시키고 있다. 대국답게 정부 주도의 첨단기술 개발사업을 표준화와 연계하여 추진하거나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 주도로 자국 특허의 국제표준화를 위한 기술표준 전략도 총괄하여 지원하고 있다.

R&D 성과들이 유통되는 시장규모 또한 막대하다. 미국의 경우 넓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국력과 권리성이 강한 지재권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자국시장화하고 있다. 6년 전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FTA 협상에서도 자국 기업인 디즈니사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우리나라가 저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토록 한 바도 있다. 또한 중국은 명품에서부터 짝퉁에 이르기까지 안 팔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크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대응 방향도 분명하다고 본다. R&D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나라를 지식 재산 강국으로 만들고, 우리가 창출하는 지식 재산이 좁은 국내시장에서만 머물지 말고 전 세계시장으로 흘러가도록 하면 될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마치 내린 빗물(R&D)이 큰 물줄기를 만들어(지재권) 물레방아를 돌려야(시장 진출) 생활에 필요한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R&D도 궁극적으로는 매출이나 일자리로 연결되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식재산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정책담당자나 연구 현장에 계시는 연구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돈 되는 지재권을 창출해 내겠다는 강한 투지력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우리 연구 현장에는 R&D 착수 전에 선행 특허조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효율적인 조사 방법을 모르거나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논문에 대한 압박 때문에 여전히 특허를 단순 실적용으로만 출원한다든지, 부주의하게 논문을 사전 공개함으로써 정작 특허출원이 거절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든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R&D와 지식재산을 강하게 연계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강한 지재권을 창출해 내는 것은 국내 정책 당국자나 연구자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지만, 이와는 달리 지재권을 해외시장에 내보내는 것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녹록하지 않다. 더구나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추세에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었던 기초연구나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자 주도 창의 도전 연구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전략기술개발 분야 등에 대한 정부 지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분야의 경우, R&D 활동이 지재권과 시장으로 연결되도록 하여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혁신 성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공공 R&D 시스템 운영자는, 예비타당성조사, 사업확정, 예산배분, 지재권 등 성과창출, 지재권 활용 및 보호 등 R&D 수행 전반을 조망하면서 각 단계 내에서 그리고 단계간 연결고리에서 연구자들이 불편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작은 제도 하나하나도 세밀히 살펴서 국민의 세금인 R&D 예산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는 대관세찰(大觀細察)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부 전 과학기술전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