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치료비를 급여로 전환하여 의료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문재인케어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보험 잉여금 20조 원을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하였고 야당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급여화는 의료수가를 기존 수가의 3분의 1 정도로 줄이는 정부의 일방적이고도 강압적인 정책이다. 초음파가 그랬고 MRI가 그럴 것이다. 전신 마취에 사용되는 소모품인 일회용 공기 가열 장치는 급여화하기 전에는 병원에서 약 6만 원에 구입해 15만~16만 원을 환자에게 받았다. 차액에는 마취과 의사와 마취 간호사의 인건비와 의료 폐기물 처리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장치는 지난 9월부터 급여화가 되면서 약 5만2000원으로 책정되었다. 즉 5만2000원에 사서 환자에게 5만2000원을 받으라는 것이다. 급여화란 병원에 단돈 1원도 남기지 말고 인건비나 보관비, 폐기 비용도 병원에서 부담하라는 말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더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급여화가 되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심사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했다고 하여 의료 보험공단 부담 금액을 지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자로부터 받은 금액을 환수한다. 이런 상황을 정부나 매스컴은 과잉 치료 혹은 허위 청구라고 하여 병원을 비난한다.

병원에 입원해 본 환자는 병실이 비어 있는데도 퇴원을 종용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복지부에서 질병의 종류와 치료 방법에 따라 입원 기간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또 환자가 처음 병원에 와서 CT를 촬영해 보고 싶다고 하면 의사는 촬영해 줄 수가 없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첫 내원 시에 CT 촬영을 하면 환수당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로 급여화되는 모든 검사나 치료가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케어는 비급여 치료의 3분의 1 가격으로의 급여화, 환수 조치, 예비 급여, 입원 기간 단축 등 정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병원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의료에 대한 투자는 안전에 대한 투자이다. C형 간염 확산의 한 원인이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위내시경 검사라고 알려졌는데 올해에야 소독에 대한 수가가 만들어졌다. 매스컴에서는 돈을 밝히는 병원의 문제라고 했지만 철저한 소독을 무료로 해주라는 국가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여러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다인 병실을 많이 만들어 환자 부담을 줄이라고 하는 법도 있었는데 이 법은 메르스 사태로 악법이 되고 말았다.

국가 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병원의 평균 수익률은 매출의 1.3%인데 급여화가 진행되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다. 그래도 병·의원이 계속 생기는 것을 보면 의사들이 돈을 벌기 때문이 아니냐고. 5년 생존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190만 명의 자영업자는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이라서 계속 개업을 할까? 취직할 일자리도 없고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자영업이라도 시작하는 것일 것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부모의 지원만으로 6~8년의 학부 기간과 4~5년의 수련 기간에 1~3년의 전임의, 남자의 경우는 39개월의 군의관 혹은 공중보건의 생활 등 14~19년 동안, 의학만을 공부했기에 할 줄 아는 것은 환자 치료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핵심정책토의’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수가 적정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을 운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기대할 것은 문 대통령의 이 말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달 1일에 전신 마취 환자를 위한 공기 가열 장치는 기존의 급여 재료와 마찬가지로, 사용해봐야 인건비와 의료폐기물 처리비 등 손해만 보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박원욱병원 대표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