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쉬운 경기는 마지막 5차전이었다.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조원우 롯데 감독은 “총력전을 펼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발투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때 곧바로 강력한 불펜진을 가동했어야 했다. 이날 선발 박세웅의 구위 하락은 3회부터 예고됐다. 지진이 오기 전에 전조가 있듯이 갈수록 구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시속 145㎞까지 나오던 구속이 3회 142㎞로, 4회에는 140㎞로 내려갔다. 당연히 5회에는 투수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닝이 시작하기 전까지도 불펜에서 몸을 푸는 투수가 없었다. 만약 5회만 슬기롭게 해결했다면 경기 흐름이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데, 올해 롯데에도 마찬가지였다. 돌아보면 전반기는 확실히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여물지 못했다는 느낌과 함께 결실이 보이지 않았다. 반전은 ‘린동원’ 조쉬 린드블럼이 돌아온 후반기 나타났다. 린드블럼이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 잡으면서 비로소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은 느낌을 받았다. 린드블럼의 합류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느낌이었다.

다섯 명의 선발투수 간 실력이 촘촘해 여러 명이 작은 방을 함께 쓰는 것 같았던 전반기에 비교하면 후반기에는 린드블럼의 등장으로 큰 방을 따로 쓰는 격이 됐다. 선발진 운용에 숨통이 트이고 교통정리가 되면서 불펜으로 이동한 박진형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불펜 에이스가 된 박진형과 조정훈이 경기 중반을 책임졌고, 왼손 투수에 대한 갈증도 제구가 잡힌 이명우가 공백을 잘 메웠다. 마무리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최고의 활약을 해준 ‘락앤락’ 손승락이 맡았다. 투수진이 점수를 안 주는 팽팽한 상황에서 무너지는 건 수비가 약한 팀이다. 롯데는 이 부분에서도 ‘번즈 효과’로 빈틈을 메웠다. 실책이 나오더라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부분을 메워주고 감싸줄 수 있는 수비가 나왔다.

파란만장했던 롯데의 2017시즌 성과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다. 마운드에서 특히 박진형이 지난해와 비교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투수로 남았다면 올해 기록한 성장세는 물론 개인 첫 대표팀 합류도 어려웠을 것이다. 5선발로 활약한 김원중도 기복은 있지만 체격이나 구위 멘털 면에서 모두 나아져 기대를 모은다. 이제 롯데는 다음 시즌에도 ‘선발 야구’가 가능한 팀이 됐다는 게 고무적이다. 수비 면에서도 성장했다. 올해 첫선을 보인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이제는 롯데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이자 수비 사령관으로 자리 잡았다. 3루는 시즌 내내 ‘무주공산’이었다. 황진수-신본기-김동한이 돌아가며 출전해 누구도 자리를 꿰차지 못했지만, 오히려 3명의 경쟁 체제가 서로 치고 올라오는 효과를 보면서 팀으로는 더욱 도움이 됐다고 본다. 황재균의 공백은 크지만 앞으로도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남겼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시즌은 아니었다. 시리즈 막바지에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가 5년 만에 부산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사했다는 결실은 분명하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던 시즌이었다.

KNN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