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다. 대선후보 때 내세웠던 10대 공약 중 첫 번째가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이었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로 만들어진 것도 일자리위원회였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일자리 사정이 썩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통계만 보더라도, 고용률과 실업률이 전년보다 약간 호전됐을 뿐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더 오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자영업자 수도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터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이 어제 일자리위원회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과 함께 확정 발표됐다. 로드맵은 5대 분야, 10대 중점과제, 100개 세부추진과제로 구성됐는데,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확충 등 이미 나왔던 내용들도 있어 전혀 새롭다고 할 수는 없겠다.

정부의 이번 발표 중 눈에 띄는 건 ‘일자리 인프라 구축’ 부문이다. 국정 운영시스템을 일자리 중심으로 구축하고, 정부 예산과 정책을 ‘고용친화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쉽게 말해, 앞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 등에 예산을 우선 배정해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용영향평가를 통해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얼마나 이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노동자 삶 보호’라는 질적 측면에서 일자리 안전망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예컨대, 2022년까지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 수준으로 높인다고 하니 기대되는 바 크다.

창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사업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 점에서 정부가 혁신기업 창업 때 정책금융의 연대보증, 중소기업 줄도산을 낳는 약속어음제 등의 구시대적 관행을 사실상 폐지키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혁신도시와 주변 산업단지 등을 연계한 ‘국가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것도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균형발전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문제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 정책과 재정 투입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 민간 대기업체의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성장, 경제체질 개선 등이 병행 추진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