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초입,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금정산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이들을 겨냥해 등산용품 전문점이 늘어선 거리가 생길 정도다. 중앙대로변 SK허브올리브아파트에서 대각선 방향 부산은행 온천동지점까지 좁은 도로 양편으로 많게는 20개가 넘는 등산용품점이 들어섰다. 요즘 이 거리가 변했다. 업종 변경이 이뤄지면서 골프용품이나 휴대전화 판매점, 음식점이 하나둘씩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나온 한 통계를 보며 확인한 거리 표정이다. 그 통계는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원과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3분기에 ‘3개월 내 국내여행 중 취미나 운동 활동 계획’이 있는 4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낚시하겠다는 사람이 40%로 31%인 등산보다 9%포인트 많았다. 2분기에 501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낚시가 40%로 34%인 등산을 처음 앞지른 가운데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순 없지만, 세태 변화에 민감한 생활경제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등산용품점의 퇴조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가을 금정산으로 향하는 발길은 여전할 듯하다. 단풍 구경도 좋으나 화려한 억새 군락을 빼놓을 수 없다. 금정산 장군봉 아래 억새밭인 장군평전이 그 예다. 메마른 땅에 뿌리내려 억세고 질긴 억새가 오히려 세파에 찌든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 새하얀 억새꽃, ‘새품’의 미덕이다.

그런데 억새가 산이 아닌 관광지에서 제대로 때를 만났다. 그것도 은빛 물결이 아니라 핑크빛 장관이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 핑크뮬리 군락이 한창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억새의 사촌인 핑크뮬리는 우리말로 ‘분홍쥐꼬리새’다. 억새처럼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9월부터 11월까지 분홍색 꽃을 피운다. 낙동강관리본부가 올해 5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핑크뮬리와 함께 팜파스그라스, 모닝라이트, 무늬억새 등 억새 종합선물세트를 즐길 수 있다. ‘분홍빛 솜사탕을 닮은 억새밭’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국적인 정취가 짙은 핑크뮬리는 처음 제주도에서 눈길을 끈 이후 경주 첨성대 사적지로, 대저생태공원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혼자 등산하며 억새 구경을 할까, 낚시하며 갈대 구경을 할까 망설이지 말고 가족과 함께 핑크뮬리 군락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찍는다면 괜찮은 취미활동 아닐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