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업의 심장이라 할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데 허점이 드러났다니 걱정이 앞선다. 올해는 국가산단과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산단으로 관리 주체가 나뉜 첫해다. 녹산과 신평장림 등 국가산단 2개는 이전처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맡고, 이를 뺀 모든 산단은 부산경제진흥원이 담당한다. 동부산권의 기룡1·2, 장안, 정관, 회동석대 등과 서부산권의 부산과학, 모라첨단, 화전, 신호 등 16개다. 문제가 불거진 곳은 새로 산단 관리를 맡게 된 부산경제진흥원이다. 당장 산단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부산경제진흥원은 주기적인 산단 실태조사를 통해 입주 업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책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런데 산업 정책의 토대인 기초 통계조차 작성되지 않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부산경제진흥원 기능이 산단 기업 지원보다 인프라 개선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통계 업무는 올해 안으로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지만 예산 확보 등 이유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경제진흥원은 통계 작성 기능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매달 입주 기업을 산업별로 분류해 생산액과 수출액, 고용인원 등과 관련한 자료를 작성해 발표한다. 하지만 부산경제진흥원은 산단 면적과 위치, 입주 기업 현황 등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통계 자료를 공유하자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건의를 부산시가 거절했다니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부산경제진흥원이 산업단지를 관리할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업무를 시작한 셈이다. 현재 직원 10명이 업무를 진행하는 데다 내년에야 조직을 개편해 관련 기능을 확대하겠다니 하는 말이다. 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거나, 대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 특허를 중소기업으로 이전하는 사업 등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기업의 힘을 북돋워도 시원찮을 판에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는 없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지역 밀착 서비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