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교량 중에서도 많이 회자되는 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다.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 상징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80년 전 개통됐을 때 금문교는 교량 관련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을 만큼 획기적인 다리였다. 장대 교량으로써의 기능뿐 아니라 경관이 미려한 현수교(懸垂橋)로 더 주목받았다. 그 덕에 세계 최대의 미술조각상으로도 불렸다.

현수교 공법은 내구성, 안전성, 시공성 등이 비교적 뛰어나고 미적 요인도 우수해 근래 해상교량 건설에 많이 적용된다. 그 방식은 빨랫줄 원리와 비슷하다. 양쪽으로 축 늘어진 주케이블이 빨랫줄이고, 우뚝 솟은 주탑 두 개는 빨랫줄을 받쳐주는 장대 역할을 한다. 다리 양쪽 끝의 앵커리지는 빨랫줄을 걸어서 묶는 기능이고, 트러스(상판부)는 줄에 매달린 빨랫감 격이다. 주케이블~트러스를 수직 연결하는 행어로프는 빨래집게라고 할까.

이런 현수교는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균형이 무너진다. 구성요소마다 힘을 균분해 교량을 지탱하는 셈이다. 지방분권이 시대적 과제인 요즈음, 또 다른 ‘분권의 미학’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현수교의 핵심은 주탑과 주탑 사이(중앙경간) 길이에 있다. 보통 이걸로 랭킹이 정해진다. 현재 세계 최장은 1998년 건립된 일본의 아카시대교로 1990ｍ에 이른다. 광안대교의 500ｍ보다 4배 수준이고, 금문교의 1280ｍ를 능가한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참여로 올해 착공된 터키의 차나칼레 대교가 2023년 완공되면 세계 최장 현수교는 주인공도 바뀌게 된다. 다르다넬스해협에 놓이는 이 현수교는 주탑 간 거리가 아카시대교보다 긴 2023ｍ로 설계됐다.

노량해협을 가로지르는 제2남해대교도 현수교로써 그 위용을 드러냈다. 교량 상판 설치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오늘 상량식을 갖는다. 국내 최초 현수교인 남해대교(1973년 개통) 인근에 건설되는데, 중앙경간이 890ｍ로 국내 최장 수준이다. 특히 기존 남해대교가 일본 기술에 의존한 데 비해 제2대교는 세계 정상급인 우리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노량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다. 임진왜란 때 마지막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다. 그는 이곳에서 적의 유탄을 맞고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충무공의 넋이 깃든 노량 앞바다의 제2남해대교는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 같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