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중국과 560억 달러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협정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양국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외화가 급히 필요할 때 마이너스 통장처럼 빌려 쓸 수 있는 안전장치다. 한국 돈 64조 원, 중국 돈 3600억 위안은 결코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체 협정 액수의 46%를 차지하며, 중국도 홍콩 다음으로 액수가 크다.

이는 그만큼 두 나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로선 외화보유액과 더불어 외환시장의 2대 안전판으로 꼽히는 통화스와프의 한 축 유지가 어느 때보다 긴요한 일이다. 중국도 일방적으로 우리나라를 돕고자 함이 아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으로선 통화스와프 확대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양국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은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야 할 사안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협정 만기일이었던 지난 10일까지 마음을 졸였던 이유는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를 만나면서 본격화한 협상에서 이 총재가 정경 분리 원칙을 내세우며 중국을 설득한 배경이기도 하다. 든든한 외환 방어막을 확보한 가운데 사드 갈등으로 꽁꽁 묶였던 두 나라 관계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면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있겠는가.

하지만 아직 걸림돌이 많다. 중국이 지난 3월 발동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이 여전한 데다 두 나라 정상회담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진용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제19차 당대회가 오는 18일 개막하고, 뒤이어 북핵 문제가 이슈가 될 중국과 미국의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우리 정부로선 한중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모멘텀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