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정은 바로 산란 과정이다. 먹이 섭취를 끊고, 하천을 거슬러 올라, 화려한 혼인색으로 치장한 채 처절한 고통을 감내하는….

연어를 누구보다 사랑한 시인이 있었다. 속초가 고향이고, 어머니의 고향이 삼척 오십천이니 이 시인의 몸속엔 연어처럼 남대천의 아련한 물내음이 녹아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연어가 남대천에 돌아온다’는 신문 기사를 본 시인은 10년의 숙성 기간을 거치며 마치 수행하듯이 연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고형렬 시인이 1999년 펴낸 ‘은빛물고기’다. 남대천의 연어 치어 앨러번(alevin)은 바다로 나가며 은백색 광택의 스몰트(smolt)로 성장한다. 북태평양 물살을 헤치면서 성장한 새먼(salmon)은 다시 남대천으로 돌아와 산란한 다음 켈트(kelt)로 생을 마감한다. ‘닳아버린 낡은 빗자루와 같은 처참한 몰골’은 ‘물살을 가르며 힘 있고 민첩하고 아름답던 날의 연어’를 생각하면 불가사의다.

시인은 ‘이처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원고지 1200장을 연필로 꾹꾹 짚어가듯 채웠다. 신경숙 소설가는 이를 두고 ‘떠난 길을 그대로 거슬러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는 것, 산란하고 죽으러 온다는 것, 이 도저(到底)한 연어의 생애를 외면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100만 부 넘게 팔린 안도현 시인의 ‘연어’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연어가 이제 국민횟감 대접을 받는 시대다. 지난해 연어의 세계 수산물 교역 비중이 20%로 새우를 4%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인용한 외신이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연어 수입량이 2만8000여ｔ으로 광어, 우럭과 함께 손꼽히는 횟감이 됐다. 사정이 이러니 일본처럼 해외 수입선 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규모 양식을 준비하는 등 연어 수급 안정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어의 오메가-3지방산은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 질환 예방에 좋단다.

살아선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죽은 몸뚱이로 사람을 이롭게 하니 영물이다, 연어여!